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낙관적인 사고방식"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라는 기적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란코프 교수는 '2018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 정부는 '봄'이 온다고 하지만 사실 '겨울'에 가깝다. 아무 변화도 주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루아침에 핵을 폐기할리 없다"며 "북한 지도부는 핵을 체제보장의 유일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북한이 대단히 강력한 트럼프 행정부 때문에 핵무기 개발 속도를 조절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이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영원히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몇달간의 행보를 보면 북한이 체제보장에 필요한 것보다 많은 양보를 했다고 생각한다. 긴장 수준을 낮추고 핵무기 보유량 줄이면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란코프 교수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나왔다. 김준형 동국대학교 교수는 "김정은은 예전부터 인민들의 윤택한 삶을 위해 일하겠다고 했다"며 "북한에게 핵 포기에 대한 대가를 주지 않으면 비핵화 결정을 철회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속임수를 쓰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란코프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 선언은 협상 도구일 뿐"이라며 "핵 동결, 군축 정도는 말할 수 있겠지만 완벽한 비핵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다양한 전망도 나왔다. 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박사는 “정상회담은 실패하기가 더 어렵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의 장이 마련되는 것 만으로도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는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우리가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란코프 교수는 “회담이 하루밖에 진행되지 않아 많은 진전이 있기는 어렵다”며 “비핵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있어야 하며, 앞으로 있을 여러 회담과 남북교류의 기초가 내일 다져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