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공계에서 일하는 여성 절반이 미국 드라마 ‘엑스 파일(The X-Files)’의 여주인공 다나 스컬리의 영향을 받았다는 연구가 나왔다.

엑스파일은 미국 폭스 방송사가 1993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했던 추리물로, 연방수사국(FBI) 요원 폭스 멀더와 스컬리가 함께 초자연적 현상, 괴물, 유령 등을 수사하면서 겪는 일을 소재로 한다.

지나 데이비스 미디어 연구소에서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 50%가 스컬리 덕분에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공계에서 일하지 않는 여성 중에서도 63%가 스컬리 덕분에 과학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전체 여성의 91%는 스컬리가 여성의 롤모델이라고 밝혔다.

드라마 ‘엑스 파일’의 주인공 다나 스컬리(왼쪽)와 폭스 멀더.

의사 출신의 FBI 요원 스컬리는 미국 드라마에서 전문직 여성의 입지를 바꾼 캐릭터다. 과거에도 극중 전문직 여성이 등장했지만, 주로 남성 주인공의 연애 대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엑스 파일의 스컬리는 남성 파트너인 폭스 멀더와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유능한 존재로 부각되면서 그당시 많은 아이들에게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는 역할을 했다.

지나 데이비스 연구소는 “스컬리는 미국 드라마 역사상 처음으로 독립적이고, 똑똑한 여성의 캐릭터를 보여줬다”며 “스컬리의 영향을 받아 이공계로 진출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현상을 두고 ‘스컬리 효과’라는 용어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매를린 디논노 지나 데이비스 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미디어는 시청자의 관념에 영향을 미치며 사회를 바꿔놓는다”며 “스컬리는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사회적 규범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혁신적인 캐릭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