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전유물처럼 생각되던 '독수리 타법'이 세대를 훌쩍 뛰어넘어 10대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을 만져온 청소년들이 정작 컴퓨터 키보드에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세대들은 모든 IT 기기에 익숙하다'는 통념이 'IT 기기 사용법에도 세대 차가 있다'로 바뀔 판이다.

대학생 김지윤(24)씨는 자신이 과외를 가르치는 중학생이 컴퓨터 자판을 치는 모습을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양손 엄지와 검지, 중지로만 타이핑했기 때문이다. 학생은 "키보드 치는 법을 따로 배운 적이 없지만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쳐서 불편하지 않다"고 했다. 자판을 손가락 두 개로 치는 '독수리 타법'과 별 다를 바 없었다. 'PC 세대'는 1분 300~400타가 보통 수준이다. 600~700타도 드물지 않다. 이들은 학원에서 컴퓨터를 배우며 타이핑을 훈련하듯 익혔다. '한컴타자연습' 등의 프로그램으로 타이핑을 연습해 '1분에 몇 타를 치느냐'로 경쟁하기도 했다. 학교와 집, 직장에서 PC를 쓸 일이 많아 자연스레 타자 속도가 늘었다.

아이젠(iGen·아이폰+제너레이션)들은 PC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더 많이 접하며 자랐다. '쿼티 키보드'보다 '천지인 자판'이 더 익숙한 셈이다. 중학생 박채은(13)양은 "학교 숙제를 할 때 말고는 컴퓨터를 거의 안 쓴다"며 "1분에 200타 정도지만 친구들보다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들의 스마트폰 타자 속도는 거의 PC 세대의 컴퓨터 수준이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일기를 쓰면서 전혀 불편을 모른다.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은 한때 취업 준비생들의 필수과목이었다. 문서를 제한시간 내에 완성해야 하므로 타자 속도와 정확도가 중요했다. 그러나 워드프로세서 시험 응시자 수는 2013년 8만9827명에서 지난해 5만9190명으로 4년 만에 34.1%가 줄었다.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시험을 관장하는 대한상공회의소 자격평가사업단 박주영 과장은 "요즘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먼저 배우고 주로 쓰다 보니 긴 문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며 "일부 대학에서는 신입생들에게 키보드 입력 방법을 따로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