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하늘 아래 서울 정동 일대의 역사·문화시설을 돌아보는 문화 기행인 '정동야행(貞洞夜行)'이 오는 11~12일 열린다. 정동은 구한말 열강이 각축을 벌였던 외교전의 무대이자 근대의 새벽을 알린 문화유산이 모인 곳이다. 2015년부터 해마다 두 차례 열린 야행에는 시민 80만명이 참여했다. 이번에 참여하는 기관은 38곳으로 이제까지 행사 중 가장 많다.

정동야행에선 평소 개방하지 않는 도심 속 비밀 장소를 만날 수 있다. 덕수궁,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서울시립미술관,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조선일보미술관 등이 오후 10시까지 방문객을 맞는다. 경향아트힐, 한국금융사박물관, 신문박물관, 국토발전전시관 등 4곳이 이번에 새로 추가됐다.

지난해 5월… - 지난해 5월 서울 중구의 야간 문화 기행인 ‘정동야행’에 참가한 시민들이 옛 러시아 공사관을 둘러보고 있다. 오는 11~12일 열리는 야행에서는 옛 러시아 공사관이 있는 정동공원에서 대한제국 당시 외교 관가의 연회를 재현한 ‘정동연회’가 열린다.

1925년 지어진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옆 성가수녀원은 11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만 공개된다. 외빈관·주교관 등 한옥 여러 채가 이어진 고전적인 건물이다. 주한영국대사관은 11일 오후 3~5시 80명에게만 개방한다. 19세기 양식 건물과 장미 정원으로 유명하다. 2곳 모두 사전 신청자만 들어갈 수 있다. 대한제국 시대 고종이 머물던 덕수궁 석조전은 야행 기간 저녁 시간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을사늑약이 체결된 덕수궁 중명전에선 역사 전시가 열린다.

옛 러시아공사관이 있는 정동공원에선 11일 오후 7시 '정동연회'가 열린다. 대한제국 당시 외교 관가에서 벌어지던 연회를 재현한다.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는 같은 날 오후 7시 30분 에릭 월시 캐나다 대사가 하키 동화를 읽어준다.

구한말 근대 교육이 태동했던 정동의 옛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덕수궁 돌담길에는 자수·천문·역사·작문·수공·과학 등 6가지 수업을 하는 '정동학당'이 문을 연다. 배재학당·이화학당에서 실제 수업했던 과목들이다. 대한제국 상징화인 오얏꽃을 수놓아 보고, 덕수궁을 환하게 밝혔던 백열전구를 직접 만들어 본다. 당시 학생들이 입던 옷을 걸치고 '졸업 사진'도 찍는다. 해설사와 함께하는 정동 도보탐방은 이틀간 28회 운영된다. 해설사 32명이 1회당 20명씩 총 560명을 안내한다. 영어·중국어·일본어 해설사는 올해 처음 투입된다.

정동야행의 간판 행사인 고궁음악회는 11일과 12일 오후 7시 덕수궁의 밤을 밝힌다. 첫날 공연에는 국악소녀 송소희와 가수 정동하·천단비 등이, 둘째 날에는 퓨전국악그룹 '두 번째 달' 등이 출연한다. 예약은 홈페이지(culture-night.junggu.seoul.kr)에서 하면 된다. 행사장에는 주차장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