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은 21일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과 드루킹의 관계에 대해 "부실 수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몰랐다"고 했다. 경찰 스스로 이번 사건 수사의 핵심은 지난해 대선을 전후한 시점에 벌어진 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작 배후라고 했다. 김경수 전 의원이나 송 비서관은 배후로 가는 징검다리와 같은 사람들이다. 경찰은 거의 매일 드루킹 측을 조사하고 있고, 지난 4일엔 김 전 의원을 23시간 동안 조사했다. 그런데도 이 청장이 송 비서관의 존재를 몰랐다면 거짓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에 앞서 이주민 서울경찰청장도 김 전 의원이 드루킹과 '의례적 감사 문자'만 주고받았다고 기자들에게 발표했다가, 며칠 뒤 언론이 김 전 의원이 대선 때 기사 주소 10건을 드루킹에게 보냈다고 보도하자 "나중에야 보고받았다"고 둘러댔다.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정부 경찰 책임자들은 왜 가장 중요한 것만 골라서 모르나. 거짓말이 아니라면 경찰은 수사하는 게 아니라 수사하는 척해 왔다는 고백이다.
경찰은 김 전 의원을 '참고인'으로 조사한 이후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밝혀지고 있는데도 "선거 때 정치인을 조사한 전례가 없는 것 같다"며 재소환엔 소극적이다. 송 비서관에 대해서도 "지금으로선 조사 계획이 없다. 민정수석실 조사 내용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이제 아예 대놓고 수사 사보타주를 하겠다고 한다. 여론의 욕을 먹는 것이 청와대 역린을 건드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특검의 어깨가 참으로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