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엄마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한강을 건넌다. 하지만 대치동 입성이 입시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의 초등학교 교실이 비어 간다. 학령인구가 매년 줄어들어 서울에서도 폐교를 신청하는 학교가 생겨날 정도다. 그래도 강남의 초등학교는 여전히 북적인다. '과밀 학급(학급당 26명 이상)'도 많다.

2017년 3월 기준 전국 초등학교 중 학급당 학생 수 1위는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대도초등학교(38.29명). 전국 평균(22.3명)과 서울 평균(23.4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전학 오는 학생 수가 많아진다. 강남 8학군에 있는 명문 중·고교 진학이 목적이다. 특목고와 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교육부의 정책이 이런 강남 밀집 현상을 더 부추긴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주해 오는 엄마들은 '한번 넘어오면 되돌아갈 수 없다' 하여 한강을 '루비콘강'이라 부른다. 한강을 건너며 강북 엄마는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외친 카이사르의 비장함으로 무장한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K씨는 종로구에서 강남구로 넘어왔지만 1년 만에 아들과 캐나다로 도피성 유학을 떠났다. 이전 학교에서 전교 1등을 도맡고 임원 활동도 했던 5학년 아들이 전학 온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 게 원인이었다. 돋보이고 싶었지만 잘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 뜻대로 되지 않자 아들은 나날이 위축되어 갔고 마침내 왕따를 당하기에 이르렀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위해 도강(渡江)한 J씨도 1년 넘게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강북에서는 영어를 잘해 더 이상 올라갈 레벨이 없었지만 대치동 유명 어학원의 레벨테스트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만큼 실력 차이가 컸다. 1년 동안 주 3회 개인 과외 등을 통해 영어 실력을 집중 보완하고 나서야 상위권 아이들이 몰린다는 H어학원 레벨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수학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치동 엄마들은 유아기부터 그룹을 지어 선행과 사고력 학원을 서너 군데 다니면서 실력을 쌓아온 터였다. 상위권 아이들이 다니는 곳은 갈 수가 없었다.

자녀 교육 문제가 가정 불화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S씨는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데리고 강북에서 대치동으로 이사 왔다. 강북에선 수학·과학 경시대회를 준비할 여건이 안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춘기 중1 아들은 공부에서 손을 놓고 말았다. 2학년 땐 내신 시험을 망쳐 목표로 하던 고교 진학의 꿈도 깨져버렸다. S씨는 남편과의 부부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교육 인프라의 강남 쏠림 현상은 분명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강북 엄마들의 눈물겨운 분투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대치동 입성 그 자체가 입시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의 경우 내신과 동아리 활동 등 성실한 학교생활을 주로 평가하기 때문에 비강남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성공 사례가 많다. 여러 변수를 냉철하게 저울질해 입시 전략을 짤 일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닭 쫓던 견공 신세를 면치 못할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