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면 미세먼지가 고스란히 유입된다. 그런데 장시간 환기를 시키지 않으면 이산화탄소나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등이 실내에 축적돼 건강에 또 다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내 공기질 전문가들은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는 것만으로는 이산화탄소와 VOC 농도를 낮추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럴 땐 실내 환기시스템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게 좋다.

◇미세먼지 농도 높아도 실내 환기 가능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2006년 이후 건설 승인을 받은 100가구 이상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는 실내 환기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건설 기간 등을 고려하면 2008년 초 이후 입주한 아파트에 환기시스템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학교보건법 시행규칙에도 2006년 이후 지어진 전국 학교 교실에 환기시스템을 갖추도록 규정돼 있다. 환기시스템은 '새집증후군' 등 실내 공기질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특히 외부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 실내 환기를 위해 환기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다.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거실 등에 설치된 시스템 가동 스위치를 누르면 방과 거실 천장 등에 있는 구멍으로 실내 공기가 빨려들어가 필터를 거쳐서 실외로 배출된다. 이와 동시에 실외에 있는 공기를 빨아들여 필터로 미세먼지 등을 걸러낸 다음 방과 거실 등으로 불어 넣어준다.

문제는 내가 사는 집에 환기시스템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고, "환기시스템을 작동시켰다가 실내 공기질이 더 악화되는 것이 아니냐"고 불안해하는 경우도 있다. 환기시스템이 있어도 이를 활용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다. 자신이 집주인이 아니라 전세·월세 등으로 에 사는 경우에는 환기시스템과 관련된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된 데는, 오래전에 규정을 만들어놓고도 국민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정부의 홍보 부족에도 원인이 있다.특히 환기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지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환기 구멍을 통해 이웃집의 공기 오염물질이 우리 집으로 쏟아져 들어올 수 있다" "여름철에 모기 등이 환기시스템을 통해 들어오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환기시스템은 보통 아파트의 세대별로 분리돼 설치되기 때문에 이웃집 오염 물질이 넘어오기는 어렵다. 또, "필터 등만 제대로 설치돼 있다면 벌레나 이물질이 실내로 유입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환기시스템, 이렇게 활용하세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환기시스템을 지금부터라도 활용하려면 먼저 환기시스템 내부를 점검해야 한다. 입주 후 몇 년간 사용하지 않았다면 내부에 녹이 슬었거나 곰팡이가 피었을 가능성이 있다. 환기시스템의 본체는 보통 에어컨 실외기실이나 다용도실 등에 있다. 환기시스템 설치 업체 관계자는 "업체 직원을 부르지 않아도 드라이버 등 간단한 공구로 열어서 내부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기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컨트롤러는 보통 거실·부엌 벽에 붙어 있고, 보일러 컨트롤러와 일체형인 경우도 있다.

필터는 보통 3~6개월마다 교체해주는 것이 좋다. 필터는 큰 먼지 등만 걸러주는 '프리필터', 좀 더 작은 먼지까지 잡아내는 '미디엄필터', 미세먼지(PM2.5)를 99% 이상 걸러주는 '헤파필터' 등이 있다. 아파트에는 보통 미디엄필터를 쓰는데, 업체와 상의해 헤파필터로 교체하기도 한다.

필터를 제대로 설치했다면 외부의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에도 환기시스템을 활용해 실내 공기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관련 전문가들은 "실외 이산화질소·오존 농도가 높은 날에는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필터로는 이들 기체를 거를 수 없기 때문이다. 환기설비 업체에 따르면, 환기시스템을 작동하면 형광등 세 개를 켜놓는 수준의 전기료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