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공무원이 "미국으로 망명을 떠나고 싶다"며 자가용을 몰고 미국 대사관으로 돌진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7일 오후 7시 22분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주한 미국 대사관 정문을 자신이 운전하던 그랜저 승용차로 들이받은 혐의(특수재물손괴 등)로 여성가족부 윤모(47) 과장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윤씨는 4급 서기관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음주 측정 결과 술은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정문에 승용차 한 대가 돌진해 철제 게이트를 들이받고 멈춰 서 있다. 여성가족부 서기관으로 알려진 40대 운전자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윤씨는 서울시청에서 광화문 방향 4차로 도로의 2차선을 달리다가 갑자기 운전대를 꺾어 대사관 철제 문을 들이받았다. 윤씨는 차에서 내렸고, 경찰이 제압하자 대사관을 향해 "헬프 미(도와 달라)"라고 수차례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은 대사관 정문을 들이받고 멈췄고, 오른쪽 범퍼가 부서졌다. 사고의 충격으로 철제 문은 안쪽으로 약간 밀려들어갔다. 대사관을 경비하던 경찰 등의 인명 피해는 없었다. 당시 옆에는 한 여성이 타고 있었다. 이 여성의 신원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윤씨는 이날 오전 출근해 근무하고 오후에 반차 휴가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4시간 전인 오후 3시 18분쯤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저 전향했습니다. 저 이제 자본주의자입니다"라는 게시물을 남겼다. 경찰 조사에서 윤씨는 "북한과 얽힌 사연이 있어서 미국으로 망명을 떠나고 싶어 대사관을 들이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7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들어왔다고 한다. 여성가족부 동료들은 "5년 전쯤 일 스트레스 등으로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길 들었지만, 최근에는 별다른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북한과 관련된 이야기도 금시초문"이라고 전했다. 윤씨는 올해 여성가족부의 미국 연수 대상자로 선정돼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

윤씨 차에 함께 타고 있던 여성은 통증을 호소하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윤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