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41·KBS)와 안정환(42·MBC) 그리고 박지성(37·SBS).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들이 축구공 대신 마이크를 잡고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지상파 3사 해설위원으로 나선 세 사람의 첫 대결 무대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이었다. 월드컵 동료로서 호흡을 맞췄던 세 사람이 서로 '경쟁자'로 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축구가 아닌 '말싸움'의 결과는 어땠을까.
이영표는 특유의 논리정연하고 차분한 설명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함께 중계를 한 이광용 캐스터와 대화하듯 편안하게 주고받는 해설과 날카로운 분석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영표는 처음 월드컵 해설을 맡은 4년 전 브라질 대회에서 러시아전 이근호의 첫 골과 스페인의 몰락 등을 정확히 예측해 화제를 모았다. 남아공월드컵 당시 8경기 승패를 연속으로 맞혔던 문어 파울(Paul)에 빗대 '문어 영표'란 별명도 얻었다.
지난 2014년 브라질 대회에 이어 두 번째 월드컵 중계를 한 안정환은 그간 예능에서 갈고 닦은 재치 있는 입담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세 사람 가운데 가장 힘 있고 활기찼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개막전에 앞서 부담을 느낀 듯 "나는 선수 경험도 있고 지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꼴등은 하고 싶지 않다"면서 시청률에 대한 강한 승부욕을 보이기도 했다.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간판 스타로 자리매김한 박지성은 이번 개막전이 해설위원으로서 데뷔전이었다. 어색한 부분이 있었지만, 첫 해설로는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에게 개막전 장소인 루즈니키 스타디움은 잊을 수 없는 장소다. 2008년 5월 이곳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렸다. 그러나 경기를 앞두고 출전 명단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박지성은 소속 팀 우승을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했다.
박지성은 "그나마 경기장이 예전과 많이 바뀌어 옛날 아픈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개막전 '시청률 전쟁'에서는 이영표가 근소하게 판정승을 거뒀다. 이영표가 해설을 맡은 KBS 중계는 시청률 3.3%(닐슨코리아 기준)로 지상파 3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안정환의 MBC가 2.9%, 박지성의 SBS가 2.7%의 성적으로 뒤를 이었다. 예능의 감을 익힌 안정환의 MBC 해설은 수도권 20~40대 시청률에서 3사 가운데 최고를 찍었다.
해설 데뷔전을 치른 박지성은 "내가 경험했던 축구를 시청자들에게 얘기하고 싶었다"며 "경기를 치를수록 점점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