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시리아인 N씨는 현재 인천 중고차 수출 단지에서 중고차 딜러로 일한다.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에 한국 중고차와 부품을 수출하는 일을 한다. 그는 "주 5일 일하면 월급 150만~170만원 정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N씨는 2014년 한국에 입국해 난민 자격을 신청한 상태다. 그는 "시리아 출신 150명 정도가 이곳(중고차 수출 단지)에서 딜러로 일한다"고 말했다.

국내에 머무는 시리아인 1200여 명 중 많은 수가 국내 중고차 수출 시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난민 신청자(800여 명)도 있다. 시리아가 외국에서 수입하는 자동차 중 한국산(産)의 비율은 2008년 37%에서 2014년 92%까지 급증했다. 2016년에도 67%를 차지하고 있다.

시리아는 내전이 일어나기 전에도 한국과 중고차 무역이 활발한 나라였다. 2012년까지는 최장 90일 머물 수 있는 단기비자(C-2, C-3)를 받은 시리아 사업가들이 입국했다. 한국에 머무는 시리아인은 2011년 300여 명에 그쳤다.

하지만 2011년 내전이 본격화되면서 2012년부터 한 해 100~200명의 시리아인이 난민 자격을 신청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난민 자격 신청자 등에게 주는 G-1 비자를 가진 시리아인은 2011년 1명이었지만 지난해 845명으로 늘었다. 시리아 난민 지원단체 '헬프시리아'의 압둘 와합 사무국장은 "통계 수치로는 난민 신청자 수가 800여 명이지만 신청 예정자와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들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옥련동 중고차 수출 단지에서 중동 출신 딜러들이 차를 둘러보고 있다. 시리아인 딜러들이 선호하는 국산차는 1.5t 트럭과 SUV다.

한국에 머무는 시리아인 대다수는 현재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중고차 수출 업체에서 일하거나 그 근처에 산다. 중고차 혹은 중고 부품 딜러로 일하거나 폐차장에서 자동차를 분해해 부품을 선별하는 일도 한다. 일부 시리아인은 본인이나 다른 사람 명의로 사업체를 운영한다. 월 1000만원 이상을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고차 수출 업계 관계자는 "시리아인들은 월급을 받아 일부는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는 고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시리아의 일인당 국내총생산은 2012년 기준 4684달러로 우리나라(2018년 기준 3만2774달러)의 6분의 1 수준이다.

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옥련동 중고차 수출 단지에 들어서자마자 중동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1.5t 트럭, 국산 승용차와 승합차가 빼곡하게 들어선 야적장에서 이들은 트럭 한 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여기저기 붙어 있는 회사 광고판도 모두 영어 알파벳으로 쓰인 아랍어 이름이었다. 자동차마다 '010'으로 시작하는 한국 휴대전화 번호와 '알리 칸' '아부 미크람' 등 아랍어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곳에서 중고차 수출업체를 운영하는 알리모(36)씨는 시리아 알리포 출신이다. 시리아에 한국 중고차를 수출하면서 월평균 50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알리모씨는 "한국은 유럽보다 건강보험 가입이 어렵다"며 "일을 못하는 시리아인들은 사회 보장이 잘 되있는 유럽으로 가고, 중고차 장사든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한국에 온다"고 했다.

난민 신청자로 중고차 딜러로 일하는 시리아인 알리씨는 "시리아에서는 직업을 구할 수 없는 데다 직업을 구해도 월급이 200~300달러밖에 안 된다"며 "전쟁 전에 한국과 관련된 무역 회사에 다녔기 때문에 한국에 오게 됐다"고 했다. 시리아인 가운데는 쿠웨이트나 리비아, 요르단 등 아랍어를 사용하는 업주 밑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중고자동차수출조합 김천기 부회장은 "중고차 시장에서 일하는 시리아인은 두 부류로 나뉜다"며 "딜러로 일하면서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난민 신청자들과 시리아 내전 전부터 한국에서 사업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한 중동 전문가는 "상용(商用) 비자를 받는 것보다 난민 신청이 쉽다 보니 난민 신청자로 들어와 중고차 업계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중고차 수출업이 이슬람권 외국인들 사이에 소문을 타며 다른 중동 국가 출신들도 몰리고 있다. 최근 제주에서 논란이 됐던 예멘 출신 중고차 딜러들이 등장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리아인 알리모씨는 "중고차 업계에서 일하는 예멘인들이 200명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