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 특유의 향과 독특한 패키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맥주가 있다.

화이트 컬러 바탕의 캔에 세종대왕과 이순신 동상이 자리한 광화문의 풍광을 깔끔한 스케치풍 일러스트로 담은 패키지와 입안에 감도는 깊고 풍부한 향이 인상적인 '광화문 맥주'다.

한국의 1세대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로 손꼽히는 '아크 비어'가 최근 선보인 제품이다.

1·2 크래프트 비어는 각 브랜드의 전용 브루어리에서 독자적인 공법과 재료를 활용해 개성 강한 맥주로 생산된다. 3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 아크 비어의 전용 양조장인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전경. 4 아크 비어의 ‘광화문 맥주’.

◇라거 맥주 위주 국내 시장에 수입 맥주·크래프트 맥주 등장

2010년대 초반, 국내 맥주 시장은 큰 변화를 맞는다.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하면 발효 방식의 라거 맥주가 주를 이뤘던 국내 시장에 다양한 해외 브랜드 맥주가 대거 수입되면서 수입 맥주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수입 맥주에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라거 맥주도 있었지만 상면 발효 방식의 에일 맥주가 다양하게 선보이면서 새로운 맛과 향으로 한국 맥주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수입 맥주 시장은 급성장했고 소비자의 입맛은 더욱 다양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제 맥주라 불리는 '크래프트 맥주'가 등장했다. 크래프트 맥주란 대기업에서 대량 생산하는 맥주와 달리 독립된 자본으로 전용 브루어리(양조장)에서 정통 양조 기법을 기반으로 브루어리의 독특한 공법과 재료를 더해 소규모로 생산하는 맥주를 뜻한다. 크래프트 맥주 시장 역시 수입 맥주의 영향을 받아 이 시기부터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2014년 한국 맥주의 세대교체를 목표로 론칭해 현재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가 바로 '아크 비어'다. 아크 비어 관계자는 "아크 비어는 기존 한국 맥주에서 찾기 힘든 밀도 높은 맛, 감각적인 라벨, 제품명으로 소수를 위한 크래프트 비어의 틀을 벗어나 다수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물맛 좋은 충북 음성군에 전용 브루어리 설립

아크 비어는 론칭 단계에서 특히 맥주의 주요 원료 중 하나인 '물'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에서 물맛이 순하고 부드러운 곳을 찾아 여러 단계의 테스트를 거쳤으며, 그 결과 충북 음성군이 높은 수준의 수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이곳에 아크 비어의 전용 브루어리인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를 설립한다. 아크 비어는 설립 초기, 일본·독일의 맥주 제조사와 다양한 기술 협력을 했는데, 특히 부엉이 로고가 들어가 '부엉이 맥주'로 유명한 '히타치노 네스트'를 생산하는 일본 키우치 주조로부터 많은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맥주병 디자인부터 맥주 개발·생산, 유통에 이르는 모든 공정을 자체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쌓았다.

아크 비어는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맥주 제조에 필요한 재료들을 전량 구입한다. 특히 신선도가 중요한 홉의 경우 항공 운송으로 들여오며 입고 직후에는 냉장 창고에 저장, 최적의 온도에서 보관한다. 각 재료를 특성별로 세심하게 관리하며, 국내 각 지역의 특산 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맥주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크 비어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소비자를 고려한다. 스태프들은 소비자가 맥주를 마시는 다양한 상황과 라이프스타일 등을 고려해 제품을 기획하며, 제품의 방향이 결정되면 양조 전문가인 브루마스터가 이에 맞는 레시피를 만든다. 이후 실제 맥주 제조 과정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진다. 레시피에 따라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 맥즙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만들어진 맥즙에 효모를 주입해 발효와 숙성을 거쳐 맥주를 완성하는 과정이다. 이 중에서 특히 맥즙을 만드는 공정이 중요한데, 아크 비어는 브루어리 설립 당시 균일한 맥즙 맛을 위해 제조 설비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아크 비어 관계자는 "제조 설비들은 모두 파이프로 연결되는데, 이 파이프를 용접할 때 내부에 용접 잔여물이 생기면 맥즙이 이동하면서 오염이 발생해 맛이 변질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40년 경력의 일본인 용접 장인이 한 달간 상주하면서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의 모든 파이프를 직접 질소 용접 방식으로 결합했다"고 전했다. 아크 비어는 맥주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인터내셔널 비어 챌린지'에서 4관왕을 차지한데 이어 홍콩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비어 어워즈 2017'에서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크 비어는 해외 유수 맥주 대회 참가와 입상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완성도를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광화문 맥주 등 다양한 제품으로 사랑받아

아크 비어는 그동안 '아크 라스트 나잇'과 '아크 비하이' '아크 선데이 모닝' '아크 코스믹 댄서' 등의 맥주를 선보였다. 지난 6월에는 신제품 '광화문 맥주'를 출시해 주목받고 있다. 아크 비어는 도시인을 위한 맥주를 기획하며 서울시민에게 중요한 문화유산이자 건축물인 광화문에서 모티브를 얻어 광화문 맥주를 선보였다. 상면 발효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엠버 에일 맥주로 홉 특유의 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캐러멜 몰트와 자양강장제로 사용되는 한약재 '맥문동'의 균형이 우수해 다른 에일 맥주에 비해 쓰지 않으면서 뒷맛이 깔끔하다. 깊은 풍미와 붉고 짙은 색감이 인상적이며 특히 목 넘김 후에도 이어지는 긴 여운은 마치 잘 내린 커피를 마시는 듯한 기분을 선사해 사랑받고 있다.

광화문 맥주는 감각적인 패키지 디자인으로도 주목받는다. 광화문 광장 일러스트를 패키지 디자인에 적용했고, 블랙 & 화이트 2가지 컬러만 사용해 도시의 모던한 분위기를 표현했다. 패키지 한 면에는 세종대왕 동상을, 반대편은 이순신 장군 동상을 그려넣었다. 광화문 맥주는 맛과 디자인 모든 방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지닌 맥주로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20에서 30대들의 입맛과 취향을 사로 잡으며 일부 판매처에서는 품귀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한편 아크 비어는 맥주 마니아를 위해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에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1시와 3시, 두 차례 진행되는 '클래식 투어'는 크래프트 맥주의 세계에 막 입문한 소비자를 위한 투어로 맥주가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체험할 수 있다.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에서 갓 생산된 다양한 제품을 시음해볼 수도 있다. 특정 기간 진행되는 '유 드링크, 위 드라이브 투어'는 기존의 클래식 투어에 서울과 충북 음성군 간 왕복 셔틀버스를 더해 교통편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크래프트 맥주:

대기업에서 대량 생산하는 맥주와 달리 독립된 자본으로 소규모로 운영되는 브루어리(양조장)에서 제조되는 맥주를 뜻한다. 정통 양조 기법을 기반으로 각각의 브루어리에 따른 독특한 공법과 특색 있는 재료를 더해 개성 강한 맥주로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