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총리대행이 지난 23일 국영 방송 TVNZ에 출연해 "호주 국기는 뉴질랜드 국기를 베껴서 만들었다"며 "속히 호주 국기를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호주에 있는 뉴질랜드인들이 푸대접당하고 있다는 이유로 양국 감정이 미묘한 상황에서 이웃 국가 간 국기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두 나라 국기는 닮긴 닮았다. 모두 청색 바탕으로 영국 국기 유니언잭이 국기 왼쪽 구석에, 남십자성이 국기 가운데 그려져 있다. 두 나라가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점이 반영됐다. 호주 국기는 하얀 별 6개, 뉴질랜드 국기는 붉은 별 4개라는 점은 다르다. 뉴질랜드 국기는 1860년대부터 상선들이 달기 시작해 1902년 공식 국기로 지정됐다. 호주 국기는 1901년 공모전을 거쳐 지정돼, 시간으로만 치면 뉴질랜드 국기가 오래됐다.

뉴질랜드에서는 호주 국기와 헷갈리는 게 싫다는 여론이 예전부터 많았다. 2016년에는 국기 교체 국민투표까지 갔다가 57% 반대로 부결됐다. 국민투표로도 국기를 못 바꾸니 이번엔 아예 호주에 국기 교체를 요구한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피터스 총리대행 발언 후 일간 뉴질랜드 헤럴드의 설문 결과 응답자 62%가 "호주가 국기를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호주는 "두 국기가 실제로 사용된 시점은 큰 차이가 없고, 베꼈다는 주장도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응수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논란을 전하며 "두 나라 간 사이가 나빠질 때마다 종종 벌어졌던 일"이라고 했다. 2014년 호주의 외국인 관리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후 추방된 뉴질랜드인이 1400여 명에 달한다. 지난달 호주 당국이 17세 뉴질랜드 소년을 성인을 구금하는 시설에 가둔 사실이 밝혀져 양국 관계가 악화됐다고 CNN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