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기무사령부를 해체 수준으로 재창설키로 하면서 4200명의 기무요원 전원이 육·해·공군의 원래 소속 부대로 복귀하게 됐다. 재편 과정에서 1차적인 퇴출 대상만 최대 800명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기무사에 처음으로 임명될 민간인 감찰실장은 현직 검사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5일 "현 기무사는 해체되고 새로운 부대가 창설되기 때문에 절차상으로 모든 기무 부대원은 해체 시점에 원소속 부대로 복귀한다"며 "새 부대가 창설되는 시점에 (기존 기무 요원들은) 선별적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무 부대원들은 육·해·공 각군 부대로부터 파견받은 형태로 돼 있다. 4200명 전원이 실제로 원소속 부대로 복귀하면 기무사 업무가 마비되기 때문에 상당수는 서류상 복귀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기무요원 4200명 중 30%인 1200명가량을 줄일 계획이다. 이 중 사이버 댓글 공작과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 계엄 문건 작성 행위 등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무 부대원들이 1차적인 퇴출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2008∼2010년 일명 '스파르타'라는 이름의 조직으로 사이버 댓글 공작에 가담한 기무 부대원만 400~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사이버 댓글 공작, 계엄령 문건,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 등 3대 사건에 관련된 기무요원들은 최소 600~700명, 최대 800명가량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3일 지시에 따라 이들은 서류상이 아니라 실제로 원대 복귀 조치돼 기존 업무에서 손을 떼게 된다. 원대 복귀 후 일탈 또는 위법 행위 가담 정도에 따라 징계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계엄 문건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소강원 참모장과 기우진 처장은 이미 직무 정지된 상태다.
정부는 감찰실장에 현직 검사 또는 변호사, 감사원 감사관 등을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중 현직 검사가 유력한 후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법·일탈 행위자에 대해 강도 높은 사정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재창설될 기무사의 새 명칭은 '국군보안방첩사령부' 또는 '국군정보지원사령부'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기무사 개혁위의 권고안에 따르면 새 기무사는 일단 국방장관의 통제력이 강화되는 것처럼 돼 있다. 하지만 개혁위안 작성 과정에서 청와대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되면서 청와대의 장악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개혁위안에서도 정부 전복 시도,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 비리, 군 장성 인사 정보 등 4개 사안에 대해선 기무사가 국방장관 보고 없이 청와대에 직보(直報)할 수 있도록 했다. 군의 한 소식통은 "개혁위에서 제시한 안 중 '국방부 본부'안 대신 기존 사령부 재창설안으로 결정한 것은 군을 장악·견제하는 데 기무사를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기무사 개혁위는 보안·방첩 등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새 기무사로 '환골탈태(換骨奪胎)'시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간첩 체포 등 방첩, 군 기밀 유출 감시 등 보안 기능에 상당한 허점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사이버 댓글 사건에 이어 올 들어 세월호 사찰, 계엄 문건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지면서 기무사 방첩 업무 등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재창설 작업에도 시간이 필요해 상당 기간 업무 공백 및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국군 기무사령부 '계엄 문건' 사건을 수사 중인 군·검 합동수사단은 3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과 노수철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등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동수사단은 계엄령 문건이 조 전 사령관을 통해 한 전 장관에게 전달된 과정과 노 전 법무관리관을 통해 한 전 장관에게 전달된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