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존엄성 해친다"며 통관 금지된 리얼돌
대기업 신세계 쇼핑몰에 전시돼 '논란'
'全身'은 불법이지만 '半身'은 합법
알고보니 세관직원 실수로 유통
대기업 '신세계'가 운영하는 운영하는 쇼핑몰에 통관이 금지된 성인용품 '리얼돌(Real Doll)'이 판매상품으로 진열되어 논란이다. 리얼돌은 인체와 흡사한 전신(全身) 인형으로 성적대용품으로 쓰인다. 세관당국은 풍속(風俗)을 해치고, 여성 수치심도 자극할 우려가 있는 '이 물건'의 통관을 불허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자리한 스타필드 코엑스몰 ‘삐에로 쇼핑’에 전신 리얼돌이 전시됐다. 가격은 500만원. 리얼돌은 붉은색 가운, 검은색 망사스타킹 차림으로 다리를 꼰 자세였다. 고객이 “리얼돌이 맞느냐”고 묻자 직원이 “중국산(産) 제품으로 진짜 리얼돌”이라고 대답했다.
◇"정식 수입제품" VS "세관직원 실수로 통관"
삐에로 쇼핑을 운영하는 이마트는 '합법적'으로 수입된 제품이라는 입장이다. '중국산 리얼돌'을 국내에 들여온 성인용품 수입업체 측은 "2014년 7월 성인용품통관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생긴 뒤 매달 리얼돌을 심의 신청했고, 드디어 올해 허가를 얻어 냈다"면서 "정식 수입신고필증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천본부세관은 ‘플라스틱 마네킹’등으로 허위 신고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리얼돌을 밀수입한 이모(45)씨 등 2명이 적발했다. 그 사이 전신 리얼돌 수입이 ‘합법화’된 것일까. 세관당국은 “리얼돌은 여전히 통관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문제의 리얼돌은 세관직원의 단순 실수로 통관이 됐던 것”이라는 입장이다.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성인용품 통관 심사위원회에 한번에 들어오는 안건만 1500~2000건에 달한다”면서 “물건이 너무 많다 보니 직원이 착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관 측은 내부 검토를 거쳐, 적법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全身'은 불법이지만 '半身'은 합법
세관직원의 착각에는 이유가 있다. 리얼돌도 형태에 따라 '합법'인 물건이 있는 까닭이다. 관세법 234조는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풍속을 해치는 서적·도화·조각물 등의 수입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관당국은 리얼돌을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리얼돌은 인간 존엄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통관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완전한 인체가 아닌 하반신만 있는 제품도 있다. 위원회는 허리 아래부터, 발 끝까지만 제작된 반신(半身 )리얼돌은 수입이 허용된다. 상반신이 없어 ‘인간 존엄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관 관계자는 “심의위원들이 반신 리얼돌은 특정 신체부위만 묘사한 성인용품이 커진 형태로 판단, 유통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법의 허점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전신 리얼돌의 수입은 금지되지만, 국내에서 제작한 제품의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리얼돌과 같은 성인용품의 제작·판매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법 조항은 없다"면서 "다만 상황에 따라 상품 재료의 유해성이나 사업자 등록 절차에 대한 위법 행위를 들여다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 점을 노려 국내생산 리얼돌을 제작하는 업체도 생겼다. 이들은 "(기존에 판매되는)해외 밀수품들이 3~4배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비싼 금액을 주고 구매할 수 밖에 없는 국내 리얼돌 시장이 안타까워 인형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국내제작 리얼돌' 판매를 계기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6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리얼돌 수입을 허용해 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20여개 올라와 있다. 청원자들은 △리얼돌이 성범죄 예방 효과가 있고, △솔로 남성들의 성욕 해소에 유용하다고 적었다. △중증장애인의 성욕 해소에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반대로 여성단체들은 "성(性)을 상품화한다"며 리얼돌 유통을 반대한다. 유림(儒林)도 "망측하다"는 이유로 리얼돌 수입은 반대하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