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이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이 아시안게임 대만전 충격패 여파를 잊을 새도 없이 '장염' 악재를 만났다.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인도네시아전을 앞두고 한국 라인업이 발표되지 많은 이들이 의아해 했다. 2루수 안치홍이 3루수로, 3루수 황재균이 유격수로 들어간 반면 유격수 자원인 김하성과 오지환이 모두 빠졌다.

잠시 후 KBO는 김하성과 오지환 그리고 정우람까지 3명의 선수가 장염 및 고열 증세로 야구장에 나오지 못한 사실을 전했다. 선수촌 의무실에서 수액을 맞았고, 라인업 제출 전 조직위원회에 사유를 설명했다. 경기는 15-0으로 승리했지만 선동렬 감독의 근심이 더 깊어졌다.

선동렬 감독은 "부상이 걱정이다. 고열·설사로 3명이 선수촌에서 나오지 못했다. (30일 시작되는) 슈퍼라운드에 합류할지 안 할지는 미지수"라며 "어쩌다 장염에 걸렸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 현재 39도의 고열 상태다. 음식이나 얼음물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 정확한 장염의 이유는 모르지만 수돗물에서 원인을 찾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재균은 "(자카르타에) 수돗물에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 닦을 때도 생수로 하고 있고, 얼음도 안 먹으려 한다. 대회 끝날 때까지 고생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대회 초반부터 한국 선수촌에선 양치를 할 때도 수질 문제 때문에 수돗물 대신 생수를 이용하란 공지가 떨어졌다. 야구대표팀은 대회 중반부터 합류했지만 이 부분을 다소 간과한 듯하다. 장염에 걸린 선수들은 생수로 양치를 했지만, 정작 수돗물로 칫솔을 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야 어찌됐든 대만전 패배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대표팀에는 큰 악재. 대만전에서 원포인트로 짧게 던진 정우람은 대표팀 최고참으로 가장 믿음직한 구원투수다. 왼손 장점이 있어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지만 장염 문제로 차질이 생겼다.

더 큰 문제는 김하성·오지환의 공백이다. 하필이면 두 선수 모두 센터라인의 중심이 돼야 할 유격수 자원. 당장 두 선수가 빠진 인도네시아전에서 황재균이 유격수를 맡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자리다. 황재균은 "국내에서도 훈련 때 유격수, 2루수 펑고를 받았다. 딱히 불편한 건 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9년 만에 3루수로 나선 안치홍까지 연쇄 이동의 변수가 크다.

사람에 따라 장염의 강도, 회복 속도는 모두 다르다. 3명의 선수가 언제 어떤 상태로 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28일 홍콩전을 끝으로 예선 일정을 마치는 한국은 29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30일부터 슈퍼라운드에 들어간다. 결승전까지 3일 연속 경기가 열린다. 최악의 경우 3명의 선수를 손해 본 상태도 각오해야 한다. 그저 장염이 하루빨리 낫길 바랄 수밖에 없다. /waw@osen.co.kr

[사진] 자카르타=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