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로스앤젤레스(LA) 모터쇼에서 공개된 미국 지프(JEEP)의 간판 모델인 랭글러가 지난 21일 국내에 출시됐다. 2007년 3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11년 만이다. 지난 24일 신형 '올 뉴 랭글러' 사하라 모델로 서울 인근의 고속도로와 국도를 달렸다.
차는 놀랄 정도로 조용했다. 차량 무게만 2t이 넘는 육중한 덩치였지만 차가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FCA코리아 측은 "사하라 모델은 일부러 만들어낸 소리로 소음을 줄여주는 액티브 시스템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바람 소리는 속도가 90㎞가 넘어가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랭글러는 원래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차다. 물웅덩이는 물론 바위길까지 거침없이 갈 수 있지만 대신 일반적인 주행에선 편하지 않았다. 이번 세대에선 이런 불편함이 대폭 개선됐다. 뒷좌석 시트는 전보다 뒤로 더 누워졌고, 운전석에도 각종 디지털 편의 사양이 추가됐다. 계기판 가운데에는 각종 차량 정보를 보여주는 7인치 디스플레이가, 센터페시아에는 8.4인치(스포츠 모델은 7인치) 터치 스크린이 설치됐다.
3.6L V6 엔진은 2.0L 가솔린 터보로 바뀌었다. 크기는 작아졌지만 최고 출력은 272마력, 최대 토크는 40.8㎏·m로 더 세졌다. 순간적으로 치고나가는 맛은 없었지만 고속도로 제한속도까지 큰 어려움 없이 속도가 붙었다. 전 모델보다는 주행감이 가벼워졌다. 이전 세대에서 L당 6.6㎞에 불과하던 연비는 L당 9.0㎞로 대폭 개선됐다. 엔진이 바뀌고 무게가 96㎏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속도로 48㎞를 달리고 계기에 찍힌 연비는 L당 12.5㎞였다.
그렇다고 랭글러 특유의 장점을 없앤 것은 아니다. 차량 문은 물론 지붕까지 간단한 조작만으로 모두 떼어낼 수있다. 이전 세대에선 공구를 써야 했지만, 신형은 레버 조작만으로도 가능했다. 가격은 4940만~614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