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곽병훈(49)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6일 검찰에 소환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곽 전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곽 전 비서관을 상대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 측의 특허소송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여했는지,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 9시55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그는 "징용소송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와 세부계획을 협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는 대로 성실히 조사받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외교부 국장을 청와대로 불러 강제징용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종용했느냐", "김영재 원장 소송기록을 청와대로부터 받거나 받는데 일조했느냐"는 질문에도 같은 대답을 내놨다.
검찰은 판사 출신인 곽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 근무한 2015년 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특정 재판을 놓고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가 의견을 조율하는 데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차한성·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 등이 회동을 통해 큰 틀에서 지연 전략을 구상하면, 곽 전 비서관이 세부사항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곽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이었던 김영재·박채윤씨 부부가 진행 중이던 특허소송과 관련해, 행정처로부터 재판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등을 전달받은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행정처는 당시 소송 상대방을 대리한 법무법인의 특허사건 수임 내역과 순위 등을 불법적으로 수집해 법무비서관실에 넘겼다. 검찰은 법무법인 세무조사 등으로 소송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청와대가 법원행정처에 이런 자료를 먼저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런 의혹을 규명할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3일 곽 전 비서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기각하자 이날 그를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