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 동양인이 한 명도 없잖아. 동양인인 우리 사진을 걸어서 맥도날드 광고를 바꿔보자"
텍사스 대학에 재학 중인 20대 초반 필리핀계 미국인 학생의 용기 있는 시도가 동양인이 일절 등장하지 않는 맥도날드 매장의 광고판을 바꿨다. 지난 6월 텍사스주(州) 피어랜드에 있는 한 맥도날드 체인점에서 감자튀김을 주문하고 매장에 앉은 제브 마라빌라는 매장 벽에 붙은 광고 포스터에 동양인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함께 온 친구 크리스찬 톨레도와 그들의 사진을 매장 벽에 거는 ‘호기로운’ 계획을 세웠다.
마라빌라는 "맥도날드 포스터엔 동양인을 제외한 모든 인종이 있었다"면서 "동양인이 등장하는 광고를 게재하는 게 마치 우리의 의무 같았다"고 지난 4일(이하 현지 시각) USA 투데이에 말했다. 그는 ‘미친듯이’ 부자인 동양인이 등장하는 최신 미국 인기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Crazy Rich Asian)’을 보고 동기부여가 됐다고도 했다.
결심이 서자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마라빌라와 친구 톨레도는 맥도날드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를 들고 자연스럽게 걷고 있는 사진을 찍은 후 맥도날드 로고를 추가해 대형 크기로 인화했다.
매장에 사진을 걸기 위해선 위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마라빌라는 중고물품점에서 과거 맥도날드 직원 유니폼을 6.5달러(약 7300원)에 구매했다. 매장 직원으로 위장한 그는 지난 7월 13일 한밤중에 매장에 들어가 친구들이 망을 보는 동안 자신의 사진을 벽에 걸었다. 며칠이 지나도 벽에 걸린 사진이 가짜 광고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의 호기로운 시도는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에 "맥도날드에 빈 벽이 있는 걸 목격하고 동양인인 나와 친구의 사진을 찍은 ‘가짜 광고’를 걸었다"며 "내려가지 않은 지 51일째다"고 밝혔다. 그가 올린 게시물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54일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맥도날드 매장에는 그가 걸어놓은 가짜 광고가 붙어있다.
해당 맥도날드 피어랜드 지점 주인은 "맥도날드 매장에 다양성을 강조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두 학생의 창의성을 높게 사며 곧 두 학생을 다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마라빌라는 CNN에 "모든 인종이 그렇듯, 동양인 또한 주목받을 가치가 있다"면서 "맥도날드가 우리한테 정식 광고 모델 제의를 하기를 바란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