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대법원 판결문 초고와 보고서 등 기밀 문건이 외부로 유출된 단서를 포착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6일 대법원에 "기밀 문건 불법 반출 사건을 정식으로 고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잇따라 기각하자, 검찰이 초강수를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5일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의 특허소송 관련 문건을 확보하기 위해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유모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특허소송 문건 외에 다른 대법원 판결문 초고, 재판검토 보고서 등 기밀문건 ‘수백 건’을 발견했다. 이에 검찰은 유 변호사 측에 이 문건들을 임의제출 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유 변호사 측이 "영장을 가져오라"며 맞서는 바람에 실패했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 범위는 ‘특허소송 관련 문건 1건’ 뿐이었다.
검찰은 곧바로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가 새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공공기록물관리법위반죄 및 형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며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그동안 "재판의 본질이 침해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대법원 자료를 검찰에게 내주지 않던 법원이 이번에는 "죄가 아니다"라고 판단한 셈이 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기밀 문서가 대량으로 변호사 사무실로 반출된 것이 확인됐음에도 영장을 기각한 것은 심각한 불법상태를 용인하고 증거인멸의 기회를 주는 결과가 돼 대단히 부당하다"면서 "이 자료들이 은닉되거나 파기돼도 막을 방법이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날 대법원에 "전직 수석재판연구관이 대법원 기밀자료를 외부로 불법반출한 사건을 고발해 달라"고 요청한 뒤 이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이에 대해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 스스로가 범죄 혐의를 은폐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초강수를 둔 것 같다"면서 "궁지에 몰린 대법원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고 했다. 반면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영장 단계에서 자꾸 걸리자 대법원에 고발을 요청하면서 여론전을 펼치는 것 같다"면서 "법원과 검찰 양측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과연 국민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 걱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