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독일 함부르크 거리에서 어린아이들이 손 글씨로 쓴 종이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아이들은 “휴대전화 좀 그만 봐요”와 같은 구호를 외쳤다.

지난 8일 독일 함부르크의 샨첸피르텔 거리. 어린아이들이 주축이 된 70여명의 '시위대'가 종이판에 손 글씨로 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휴대전화 좀 그만 봐요." "나랑 놀아줘요." 자나깨나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하는 부모들을 보다 못한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꾸짖는 가두 시위를 벌인 것이다.

메가폰을 들고 시위대를 독려한 '주동자'는 일곱 살 소년 에밀 루스티게. 전화기를 손에서 떼지 못하는 부모에게 불평을 쏟아내자 뜨끔한 부모가 아들과 함께 시위를 계획해 지난달 페이스북에 공지하고 경찰에 집회 신고도 냈다고 한다.

이 시위 소식이 알려지면서 독일 전역에 화제가 됐다. 방송사 카메라들이 시위 현장에 몰려왔고, 경찰도 호위에 나섰다. 이날 시위에 동참한 아이들은 "엄마는 지하철에서 스마트폰만 본다" "아빠는 네 시간 동안 스마트폰만 보면서 나랑 얘기 한마디도 안 한다" 등 불평불만을 쏟아냈다.

미 미시건대 의대 소아과 제니 라데스키 교수 등은 지난 6월 미 소아과학회지 게재 논문에서 '5세 미만 아이를 키우는 가정 172곳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진행한 결과 부모들이 스마트폰에 집중할수록 아이와 정서적 교감을 나눌 기회가 사라져 아이들 행동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독일 공영 방송 도이체벨레는 "스마트폰 중독 성향이 강한 부모가 키운 아이들일수록 심하게 떼쓰거나 우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