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 한 장 없는 화장실 쓰면서 등록금 다 내는 내 처지가 한심할 따름이에요. 고등학교 때 꿈꿨던 캠퍼스 라이프는 이게 아닌데…."
지난달 11일 오후 기자가 경기 화성시 남양읍에 있는 신경대에 들어선 시간이 딱 점심시간이었다. 학교 운동장 벤치에 혼자 앉아 삼각김밥을 먹고 있는 1학년 학생을 만났다. "학생 식당 말곤 학교 안에 밥 먹을 곳이 없어요. 4000원짜리 학식에 1000원 추가하면 돈가스 한 장을 더 주는데, 음식이 형편없어서…. 차라리 매점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편이에요."
신경대는 올해 교육부가 진행한 '대학 기본역량진단평가'(옛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11개 대학 중 한 곳이다. 8개 학과, 입학 정원 240여명의 초미니 4년제 대학이다. 11만여㎡ 캠퍼스엔 5층짜리 건물 두 채, 축구·농구장 등이 있다. 이날 찾은 신경대는 한산했다. 건물 지하 2층 식당엔 직원으로 보이는 1명만 앉아 있었고, 건물 4층 정기간행물실은 오후 내내 잠겨 있었다. 열람실에서는 학생 4명이 엎드려 있었다. 열람실의 잡지 대부분은 수년 전 발간된 것이었다. 화장실마다 휴지가 없어 학생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휴지 있으면 더러워진다고 학교가 치웠다"고 했다. 학교 측은 2일 "학생들 민원이 들어와 최근 다시 휴지를 비치했다"고 밝혔다.
신경대는 교육부가 지난 8월 평가 결과를 발표하자 최하위 11개 대학 중 유일하게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평가가 매우 불공정하다"고 했다. 이 대학은 '1000억원대 교비 횡령' 혐의로 수감 중인 이홍하 전 서남대 이사장이 설립한 대학 중 한 곳으로, 현재 이씨 딸이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대학 측은 "정부 평가결과가 억울하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등록금에 비해 교육 여건이 형편없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는 2015년 평가에서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 된 신경대 학생들에게 이듬해부터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을 지원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신경대 학생들은 연간 평균 676만원(올해 기준)을 자기 돈으로 낸다. 대학은 신입생에게만 국가장학금에 준하는 장학금을 지원한다. 사회복지학과 2학년 이모씨는 "국가장학금·학자금 대출을 못 받으니 아르바이트해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버느라 힘들다"고 했다.
이날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 상당수가 편입을 생각하고 있었다. 한 학생은 "일단 학점 잘 따서 3학년 때 다른 학교로 편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현재 신경대엔 1175명이 등록돼 있는데, 절반 가까이인 학생(546명)이 휴학 중이다. 한 학생은 "지난 학기에 (우리 과에서) 6명이 사라지더니, 이번 학기엔 10명이 모습을 감췄다"고 했다. 학생들이 줄면서 통학 셔틀버스도 작년 6대에서 올해 4대로 줄었다. 한 교수는 "학생들로부터 자퇴나 편입 상담이 많이 들어온다"며 "학생 입장에서 생각하면 당연히 편입이 인생에 유리하니…. 솔직하게 말해주는 편"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신경대 신입생 충원율은 매년 늘고 있다.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 된 직후인 2016학년도 신입생 충원율은 62.7%였는데 작년엔 74.4%로 올랐다. 올해 수시 모집 직전에 부실대 재지정 소식이 발표됐지만, 경쟁률은 오히려 작년보다 올랐다. 전문가들은 "학생 중엔 부실대 여부는 잘 모른 채 수도권에 있고 간호학, 경찰행정학과가 있어 선택하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고 했다.
경찰행정학과 한 학생은 "원서 접수 사이트에 들어가 '경찰행정학과'라고 치면 대학이 주르륵 나오는데, 그중 점수에 맞는 수도권 대학이 있어 지원했다"면서 "원서 접수할 때 '부실대'라고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나처럼 모르고 온 학생이 많다"고 했다.
[반론보도문]
‘신경대학교’ 반론보도문
본지는 2018년 10월3일자 사회면 ‘도서관 잠기고 열람실엔 헌책…"대학 맞나 싶다"’ 제하의 기사에서 신경대학교가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았다는 내용과 신경대의 교육 여건이 좋지 않다는 취지의 학생들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신경대학교는 그동안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힘써온 결과,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에서 2015년 1주기 때보다 향상된 평가를 받았으며, 더 나은 교육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