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enemy)들을 비판하는 게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됐다. 지지자들은 내가 '국민의 적'이란 레토릭을 드높일 때 더 열광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끝없는 편 가르기와 반대파 공격이 '승리의 공식'이며, 이를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1일(현지 시각) 보도된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인터뷰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잘 안다"면서 이런 방식에 확신을 갖고 있음을 자랑스레 말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는 자신의 말과 행동에 국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했고, 국내외 언론들은 경악과 절망을 금치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과 야당에 대한 막말과 거친 공격에 대해 "그게 나의 유일한 반격의 방식이다. 그게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여기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 적'은 트럼프가 CNN 등 주류 언론을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이다. '주변에서 거친 언사를 자제하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없느냐'는 질문엔 "별로 없다"면서 "이것 봐라. 나는 여기(대통령직)에 있다. 바로 그게 나를 여기에 오게 했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또 최근 트럼프 지지자 등 극우주의자들이 일으킨 폭발물 배달 미수 사건과 유대교 예배당 총기 난사 사태에 대해서도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승하던) 공화당의 기세가 두 가지 음모에 의해 멈춰 섰다"고 했다. 트럼프는 '캐러밴(이민자 행렬)을 조직하고 뒷돈을 대는 사람은 민주당 후원의 큰손인 금융계 거물 조지 소로스'라는 극우 세력의 주장에 대해 "조지 소로스가 그랬대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동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그가 정치하는 방식을 잘 설명한다. 끊임없이 적을 만들고, 지지자들에게 그 적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미국의 분열이 심해지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처럼 국민을 편 갈라 승리하려는 트럼프식 정치는 오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다.
제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상대는 만만한 중남미 이민자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경찰을 살해한 멕시코 불법 이민자 루이스 브라카몬테스가 법정에서 히죽대며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곧 탈옥해서 더 많은 경찰을 죽이겠다"고 말하는 영상을 태그해 올렸다. 이 영상에는 중남미 지역에서 몰려오는 캐러밴이 미 당국의 기물을 부수는 장면에 '민주당은 또 누구를 들여보낼까'란 문구가 나온다. 이민자의 극히 일부 사례를 들어 '범죄 집단'으로 매도한 것이다.
CNN은 "최근의 어떤 선거 캠페인에서 벌어진 선동적 논쟁보다도 가장 극단적인 단계"라고 했고, 뉴욕타임스는 "공포심을 일으키기 위해 이민자를 이용하는 것은 2016년 대선 때부터 승리의 열쇠였다"며 별로 놀랄 일도 아니라고 했다.
미 국경에 접근하는 캐러밴에 대해서도 "중동 테러리스트들이 섞여 있을 수 있다" "미국에 대한 침공"이라며 연일 백인들의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 트럼프는 3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캐러밴이 군에게 돌을 던지면 이를 총격 명령으로 간주하라고 말했다"며 "얼굴을 돌로 맞으면 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캐러밴에 대한 무력 진압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다. "캐러밴은 아주 거친 사람들이다. 젊은 남성, 강한 남성, 이 나라에서 원하지 않는 남성들이 포함돼 있다"고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돌과 총을 같은 선상에 놓는, 기상천외한 인종주의"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는 캐러밴을 막는다며 멕시코 국경에 5200명의 병력을 급히 파견하더니 "1만5000명으로 증파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