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에 살던 미혼모 시리몬 촘눔(21)씨는 지난 4월 네 살짜리 딸을 친정에 맡겨두고 혼자 한국에 왔다. 동네 언니에게 "한국에 있는 타이(태국식) 마사지 가게에서 1년만 일하면 태국 10년치 월급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 촘눔씨는 태국에서 만난 한국인 브로커에게 비행기표 값과 소개료로 250만원을 냈다. 태국인 관광객은 90일간 비자 없이 한국에 머물 수 있다. 하지만 6개월간 한국 관광을 한 적은 없다. 촘눔씨는 한국에 도착한 날 인천 부평구의 한 타이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불법 취업이라 근로계약서는 없었다. 가게 근처 숙소에서 24시간 대기하다가 전화가 오면 나가 마사지를 했다. 월 300만원을 벌었다고 한다. 태국 방콕에서 식당 일을 할 때는 월 30만원을 벌었다. 촘눔씨는 "6개월 만에 태국 집에다 차도 사줬다"고 했다.

국내에 불법 체류하는 태국인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6만8449명에서 올해 8월까지 12만2192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국적별 불법 체류자 1위였던 중국도 제쳤다.

법무부는 갑작스러운 태국인 불법 체류자 유입 원인이 타이 마사지 업소의 난립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태국인 불법 체류자 중 여성은 6만명이고, 이 중 5만명이 타이 마사지 업계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한국타이마사지협회에 따르면 국내 타이 마사지 업체는 2010년부터 급증했다. 태국 여행을 갔다 온 한국인들 사이에 타이 마사지가 소문이 나면서 국내에서 가게가 늘어났다. 한국타이마사지협회 백오현 회장은 "창업으로 수요가 생기자 브로커들이 임금이 싼 태국인 여성들을 데려왔다"며 "한국인 타이 마사지사는 물론 기존 중국 마사지 업체까지 시장에서 밀리고 있다"고 했다. 현행 의료법상 시각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운영하는 마사지 업소는 불법이다. 하지만 발마사지, 스포츠마사지, 경락마사지 등을 내건 업소가 전국에 5만여개, 종사자 수만 30여만명에 달해 정부도 손을 못 대는 상황이다.

태국 여성들이 한국 마사지 가게를 찾는 것은 돈벌이 때문이다. 한국행 비행기표 값과 브로커 수수료는 한국에서 한 달만 일하면 갚을 수 있다. 지난 1일 인천 중구 인천출입국외국인청 면회실에서 만난 태국인 카녹완 떼미락(21)씨는 한국에 들어와 인천의 한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다 한 달 만에 법무부 단속에 적발돼 강제 출국을 앞두고 있다. 떼미락씨는 "가게에서 숙식을 제공해주니 한 달에 300만원을 벌면 30만원을 빼곤 모두 태국에 있는 가족한테 보냈다"고 했다.

위험도 도사린다. 경기도 부천의 타이 마사지 업체에서 일했던 태국인 잔펜 댄잔툭(22)씨는 "2주일에 한 번꼴로 강간을 당할 뻔했다"며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배운 말이 '서비스 없어'라고 했다. 성매매나 유사 성행위는 안 한다는 뜻이다. 촘눔씨도 "남자 손님 10명 가운데 6명꼴로 성(性)적 서비스를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태국 여성은 돈을 더 벌기 위해 고객에게 퇴폐 서비스를 권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의 한 타이 마사지 업주는 "건전하게 운영하려고 해도 돈을 더 벌려는 태국 직원이 방안에서 손님과 따로 거래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방법이 없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타이 마사지 업주는 "2012년부터 건전 마사지숍을 운영하고 있는데, 1~2년 전부터 '(성적인) 서비스도 해주느냐' '마무리가 있느냐'는 등 이상한 문의를 하는 손님이 하루에만 3~4명 있다"고 했다.

태국인 여성을 불법 고용한 한국의 타이 마사지 업체는 태국에서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취업 알선 브로커에게 속아 성매매 업소로 넘겨지거나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 등이 태국 현지 언론 보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태국 언론은 큰돈을 벌기 위해 외국에 불법 체류하는 자국민을 '피 너이(태국어로 작은 유령)'라 부른다. 태국 정부는 지난 9월 한 달간 불법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에 가는 이른바 '피 너이' 의심자 243명의 출국을 제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