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매와 고리 대금업으로 악명 높은 이탈리아 범죄 조직 마피아가 이제는 농업에까지 마수(魔手)를 뻗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제조업 등 기존 산업은 쇠퇴하는 반면 농업 시장은 날로 커지자, 마피아가 돈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것이다. 이탈리아어로 '농업(agricoltura)'과 '마피아'를 합친 '아그로 마피아'란 신조어도 생겨났다고 한다.

파이낸셜타임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마피아들은 최근 수년 사이 남부 시칠리아 등 이탈리아 주요 올리브·토마토·아보카도 농장을 사들여 소작을 주고 농산물을 생산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전국적으로 깔린 조직을 이용해 농산물 유통·판매망도 빠르게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농업·음식업 범죄 감시단은 "아그로 마피아의 연간 매출은 2011년 125억유로(약 16조 130억원)였지만, 올해 220억유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7년 만에 아그로 마피아의 몸집이 거의 2배 커졌다"고 했다. 이는 마피아 연간 전체 매출 1500억유로의 15%에 달하는 수준이다.

마피아는 농업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올리브 오일, 아보카도 등 이탈리아 주요 농산물에 대한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농업협회 대표 로베르토 몬칼보는 "이탈리아 올리브 오일은 세계적으로 고가에 팔리는 대표적인 상품이라 수익률이 최대 700%에 달한다"면서 "이에 마피아들이 올리브 오일 장사에 혈안이 돼 있다"고 했다. 마피아 사이에 '코카인(마약의 일종)보다 올리브 오일!'이라는 말이 돌 정도라고 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이들이 공갈과 협박으로 기존 농업 종사자들의 농장과 판매처를 빼앗는 피해 사례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중동·북아프리카산 저가(低價) 올리브 오일을 최상급 이탈리아산으로 둔갑시켜 해외 수출을 하면서 '메이드 인 이탈리아' 이미지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마피아 전문가인 움베르토 산티노 박사는 "마피아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며 세계인의 식탁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지만 정부는 그들의 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