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대 여성들이 고급 카메라 장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방탄소년단, 엑소, 트와이스 등 한국 아이돌 그룹이 세계적 인기를 끌며 이들의 공연과 행사를 사진으로 생생히 남기려는 팬들이 늘면서다. 이들은 '줌인' 기능을 극대화한 고급 망원렌즈를 사용한다. 렌즈가 크고 길쭉해 이른바 '대포 카메라'라 불린다. 3~4년 전만 해도 사진을 취미로 가진 중년 남성이나 전문가들이 사용했지만, 상황이 역전됐다. 캐논 코리아에 따르면 대표적인 고급 망원렌즈 'EF 70-200㎜ F2.8L IS II USM'과 'EF 100-400㎜ F4.5-5.6L IS II USM' 구매자 비율이 2015년에는 남성(71%)이 여성(29%)에 비해 월등히 높았지만, 지난해에는 남성 33%, 여성 67%로 역전됐다. 아이돌 팬들의 구매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대포 카메라는 카메라 렌즈와 몸체를 포함해 평균 400만~500만원을 호가한다. 나이 어린 팬들이 사기엔 다소 버거운 가격이다. 덕분에 카메라 대여업자들이 뜻밖의 이익을 내고 있다. 아이돌 공연이 있는 날이면 팬들이 몰려와 하루 7만~8만원 정도를 내고 대포 카메라를 대여해 가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 카메라 대여 전문점 슈팅프로의 원기봉 대표는 "공연이나 음악 프로그램 녹화가 있는 목·금·토·일이면 10~20대 여성이나 외국에서 날아온 아이돌 팬들이 수백만원짜리 망원렌즈와 카메라 몸체를 빌려간다"며 "3~4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고객이다. 지금은 오는 손님의 30~40%가 대포 카메라 빌리러 오는 아이돌 팬"이라고 했다.
대포 카메라를 들고 아이돌을 쫓아다니는 팬을 이른바 '찍덕'이라 부른다. 찍은 사진과 영상은 대개 소장하거나 다른 팬들과 공유하지만, 사진집이나 셔츠 등 스스로 상품을 만들어 팔아 수익을 올리는 이들도 있다. 아이돌 그룹 워너원 찍덕인 대학생 정모(24)씨는 "카메라를 빌려 사진 찍는 입문자는 '찍린이'(찍덕 어린이)라 불리고, 자기 카메라로 좋은 사진을 많이 찍어 이름난 찍덕은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라 부른다"며 "이름난 홈마들은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광고 수익으로만 월 500만원은 거뜬히 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