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 예스24가 가입 회원들에게 "어쩌면 그렇게 한남(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용어)스럽니"라는 제목의 홍보 이메일을 발송하면서 ‘남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불쾌감을 느낀 회원들은 예스24 탈퇴에 나서고 있다.
예스24가 운영하는 문화웹진 ‘채널예스’는 지난 2일 자사 회원들에게 "어쩌면 그렇게 한(국)남(자)스럽니?"라는 제화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사회학자 최태섭(34)씨가 지난 10월 출간한 책 ‘한국, 남자’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다. 메일을 클릭하면 채널예스와 저자 최씨의 인터뷰가 보인다.
최씨는 성공회대에서 사회학 박사를 받은 사회학자로 ‘잉여사회’ ‘모서리에서의 사유’ ‘억울한 사람들의 나라’ 등 비교적 진보적 입장의 인문서를 내왔다.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용어인 ‘한남’ 단어를 책 홍보에 사용했다는 것이 비난의 핵심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예스24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출판사가 왜 남성 비하에 앞장서는가" "김치녀·된장녀라면서 여성들을 지적하는 책을 출판했다면 똑같이 홍보했겠느냐"라면서 분개하고 있다. 남성 회원들 중심으로 탈퇴 인증샷(사진)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예스24 탈퇴를 결심했다"는 회원 가운데 일부는 인터뷰 내용도 문제 삼고 있다. ‘한국, 남자’에서 최씨는 청소년기 남학생들의 상대적인 학습 부진이, 여성을 향한 적대적 감정으로 발전한다고 썼다. 인터뷰에는 "(남자들은) 적어도 20대 이전까지는 계속 진다. 취업률이나 대학진학률도 (여성보다) 적다"면서 "‘요즘 세상에 여자가 무슨 차별을 받아’라고 말하는 남성들의 경우, 거기에 자신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수 있다"고 쓰여있다.
성(性)대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군복무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남다르다. 그는 "(군복무) 보상체계를 만들어놓지 않은 건 박정희나 그런 사람들"이라면서 "국가에 조금 더 제대로 된 보상체계를 마련하라든지, 혹은 군복무에서 조금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해달라든지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와 예스24를 비난하는 글이 늘자, 저자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애니프사들이 (인터넷 서점)알라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이 논란에 기름을 붓는 계기가 됐다. ‘애니프사’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SNS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한 사람을 지칭한다. 온라인에서 애니메이션 마니아를 ‘찌질한 사람’이라며 비하할 때 쓰인다. 그는 논란이 되자,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했다.
‘한남 이메일’을 받았다는 대학생 박모(25)씨는 "한남’이라며 남성을 비하하는 자극적인 제목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면서 "출판사 측에서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예스24를 보이콧하겠다"고 말했다.
예스24는 "저자가 말한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제목을 정했을 뿐, 특정 입장을 지지하거나 강조하기 위해 ‘한남’ 단어를 쓴 것은 아니다"며 "부주의하게 제목을 편집해 독자분들께 불편함을 느끼게 한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