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덮인 몬트리올 시가지의 모습. 대형 쇼핑센터, 독특한 식문화, 다채로운 예술이 어우러진 이 도시는 캐나다의 겨울도 얼마든지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대서양과 오대호의 접점에 있는 캐나다 몬트리올은 북미와 유럽 문화가 교차하는 곳. '북미의 파리'라 불린다. 수은주가 영하로 치닫는 겨울이지만 지레 겁먹지는 마시길. 대형 쇼핑센터, 독특한 식문화, 다채로운 예술이 겨울철 도시 여행에 온기를 준다. 혹한(酷寒)도 매력적인 관광 자산임을 이 도시는 말한다.

지하·지상에서 즐기는 쇼핑 천국

몬트리올 도심 지하 4만㎡ 공간에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겨울 캐나다는 춥다며 외면하는 이들에게 통쾌한 반격을 날린다. 45개 건물의 지하 공간을 연결해 추운 겨울에도 외부로 나가지 않고도 문화생활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했다. 총 연결 길이 32㎞에 이르는 이 지하 도시에는 2개의 백화점을 포함해 상점 2000여 개가 모여 있다. '캐나다 구스' 등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 인기인 캐나다산 패딩을 국내 백화점에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현대적인 쇼핑 공간을 둘러보았다면 '구시가지'로 발걸음을 옮길 차례. 약 350년 전 프랑스인들이 최초로 정착해 형성되기 시작한 올드 타운은 196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생로랑강을 따라 펼쳐지는 2㎞ 길이의 생폴 거리엔 19세기 프랑스 건축 양식의 건물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어 길을 걷다 보면 중세 유럽의 고풍스러운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건물 안에 있는 갤러리와 명품 숍, 부티크 등이 저마다 독특한 매력을 품고 있어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도시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전통시장들도 꼭 체크해볼 것. 몬트리올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장탈롱 마켓'은 80년 전통을 자랑한다. 인근 농장에서 올라온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바로 만나볼 수 있다. 가게마다 시식 코너가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금 더 최신 분위기를 찾는다면 '플라토 몽 루아얄'로 가보자. 몇 년 전부터 가장 뜨는 동네로 본래 예술가들의 고장이었다. 거리를 걷다 보면 간판이나 건물의 외벽 전부가 그래피티(낙서화)로 도배된 모습이 눈에 띈다.

몬트리올 플라토 지역의 ‘더 메인델리’에서 캐나다 대표인 음식 스모크드 비프(smoked beef)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북미 최고의 미식 도시

몬트리올은 북아메리카에서도 손에 꼽히는 미식(美食) 도시. 도심에만 6000여 개의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다. 푸틴이나 스모크드 비프(smoked beef) 같은 캐나다 전통 음식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지의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올해 6월 세상을 뜬 유명 셰프 앤서니 보르댕은 "몬트리올이 없다면, 캐나다에는 희망도 없다"고 했다.

몬트리올은 유대인 이민자가 많아 유대인들이 즐겨 먹는 빵인 베이글로 유명하다. 뉴욕과 몬트리올 둘 중 어느 도시 베이글이 더 낫느냐가 미식계의 영구 미제라는 농담도 있다. 폴란드계 유대인 이민자가 운영하는 마일엔드 지역의 '생 비아터'는 내년이면 60년을 맞는 베이글 맛집. 옛날식 화덕에 반죽을 넣고 구워내 담백하고 쫄깃한 베이글을 선보인다. 1 캐나다달러(약 850원)가 채 되지 않는 베이글을 한입 베어 물면 포만감과 함께 추위가 눈 녹듯 사라진다.

또 다른 대표 음식은 훈제 고기 샌드위치. 호밀빵 사이에 훈연 방식으로 구워낸 양지머리를 넣고 머스타드, 피클을 버무려 내온다. 적당히 짜고 기름진 맛을 내는 이 샌드위치가 몬트리올러(Montrealer·몬트리올 사람)들에겐 '솔 푸드'로 통한다. 훈제고기 샌드위치로 유명한 플라토 지역의 '더 메인델리'는 저스틴 트뤼도 국무총리의 단골집으로도 알려졌다.

추운 날에도 클럽·펍들 손님 맞이 분주

1860년에 개관해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몬트리올 미술관'은 작품 4만1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지금은 모빌을 발명한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1898~1976) 전시(내년 2월 24일까지)가 열리고 있다. 사거리에 있는 미술관 4개 건물(4만4986㎡)로 구성돼 있지만 추위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지하로 연결되어 있어 밖으로 나가는 번거로움 없이 전시를 즐길 수 있다.

몬트리올에선 클럽과 재즈바, 펍들이 밤마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손님을 맞이한다. 매년 1월 말 구시가지 올드 포트에서 열리는 '이글루페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레트로닉음악 이벤트 중 하나. 영하의 날씨지만, 사람들 틈에 섞여 디제이(DJ)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다 보면 추위는 금세 잊게 된다. 몬트리올의 겨울을 즐길 수 있는 가장 뜨거운 방법이다.

여행 정보

에어캐나다를 이용해 토론토를 경유하면 몬트리올까지 15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페어몬트 더 퀸 엘리자베스 호텔'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트뤼도 국무총리가 즐겨 찾는 호텔이다. 내년 1월 말까지 한국인 투숙객을 상대로 2박 숙박 시 1박을 무료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여행사 샬레와 내일투어에서 관련 상품 판매 중. 최근 1억4000만달러를 들여 객실 1000여 개를 리모델링했다. 자세한 정보는 캐나다관광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