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 최대 규모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화재 원인과 함께 지난해 9월 문을 연 최신 호텔 건물에 화재 대응 장치가 제대로 설치되고 작동했는지 조사에 나섰다.
14일 오후 4시 56분쯤 충남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라마다앙코르호텔에서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는 이 호텔 직원 김모(51)씨로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김씨를 화재 최초 신고자로 보고 있다. 김씨 외에도 투숙객과 호텔 직원 등 15명이 연기를 흡입하거나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화재 신고는 발생과 거의 동시에 소방 당국에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라마다호텔인데 지하 1층에 불꽃이 보이고 연기가 찼다"는 신고를 받고 소방차 64대와 인력 230명을 투입해 화재 진압과 구조 작업에 나섰다. 건물에 남아 있던 사람 중 일부는 연기를 피해 21층 창문에 매달려 구조를 기다리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들은 다행히 현장에 접근한 소방관들과 산소호흡기를 번갈아 쓰며 계단을 통해 건물을 탈출했다. 21층을 오가며 구조 활동을 벌이던 소방관 4명은 산소 부족과 탈진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불이 난 곳은 지난해 9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특급 호텔로 지하 5층, 지상 21층에 420객실을 갖추고 있다. 화재 당시 호텔 객실 7곳에 투숙객 7명이 묵고 있었다. 건물에는 투숙객과 호텔 직원, 상가 입주 상인 및 손님 등 총 46명이 있었다. 이 중 26명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아 모두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발생 건물 내부에 있던 일부 입주 상인들은 화재경보기를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호텔 건물 2층의 한 입주 상인은 "화재 경보음은 듣지 못했고 창가로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불이 난 것을 알았다"면서 "이미 복도에 연기가 가득해 외투도 걸치지 못하고 맨발로 건물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도 "화재 경보음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호텔 직원들은 정상적으로 화재경보기가 작동했다고 진술했다"면서 "스프링클러 등 화재 대응 장치가 법적 규정에 맞게 설치됐는지는 정밀 감식을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불은 오후 8시 40분쯤 완전히 꺼졌다. 소방 당국은 오후 8시쯤 큰 불길이 잡히자 구조 인력을 투입해 수색 작업을 벌여 오후 8시 30분쯤 김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충남소방 관계자는 "전기 설비 업무를 담당하는 사망자 김씨가 지하 1층 천장에서 발생한 불을 끄려고 했다는 진술이 있어 확인 중"이라며 "김씨는 화재를 자체 진압하려다 힘에 부치자 119에 신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연기와 열기가 빠진 후 15일 과학수사팀을 투입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