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사장이 접촉사고 낸 바로 그 주차장"
일요일 밤 교회 인근 주차장으로 몰려간 유튜버들
교회 측 "손 사장, 우리 교인 아냐"
지난 27일 밤 10시, 관악산 자락 주차장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였다. 가로등이 없어 주변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이윽고 작은 조명이 켜졌고, 주차장에 모인 사람들이 마이크에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유튜버들이었다.
"저는 지금 손석희 JTBC 사장이 접촉사고를 냈다는 경기도 과천의 ‘교회 주차장’에 나와 있습니다. 사고 당시와 사정이 비슷한 일요일 밤 시간대인데요. 주변이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그 교회 주차장에 뭐가 있길래…" 유튜버들 몰려가
이들이 찾은 주차장은 2017년 4월 16일 밤 10시쯤 손 사장이 견인 차량과 접촉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진 장소다. 관악산 등산로 초입으로, 과천시청으로부터 700m가량 떨어졌다. 주차장 근처에 교회건물이 있어 편의상 '교회 주차장'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교회와는 관련이 없다. 과천시가 관리하는 공영주차장이다. 면적은 약 500㎡(151.25평)이다.
영하 8도의 날씨에 이 주차장에 몰려든 유튜버들은 "손석희 사장이 접촉사고를 냈다는 일요일 밤 주차장 상황이 어떨지 싶어서 왔다"고 설명했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이 문제를 전혀 보도하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궁금해한다"는 유튜버도 있었다.
구독자 48만명을 확보한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 진행자 신혜식(51)씨는 "천주교 신자인 손 사장이 어두컴컴한 교회 앞 주차장에 하필이면 일요일 밤에 찾아왔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주차장 현장에서 다른 유튜버 3명과 ‘우연히’ 만나 합동으로 유튜브 방송을 진행했다.
주차장 맞은편 교회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주차장 앞 폐쇄회로(CC)TV 여부를 묻는 전화가 매일 걸려온다고 한다. 교회 측은 "주차장을 비추는 CCTV가 있지만 영상을 일주일만 보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교회 집사 A씨는 "손석희 사장이 왜 우리 교회 쪽으로 왔는지 묻는 분들이 많지만 저도 그 이유를 모른다"며 "확실한 건 그분은 우리 교인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뺑소니인가 아닌가…동승자 여부 또 다른 쟁점
세월호 3주기이던 2017년 4월 16일 당시 손 사장은 제네시스 EQ900 차량을 몰다 견인 차량의 앞 범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손 사장은 "2017년 4월 주차장에서 후진하다 견인 차량과 접촉 사고를 내고 자비(自費)로 배상한 적이 있다"면서 "접촉 자체를 모르고 떠났을 정도로 긁힌 흔적도 없었지만 '차에 닿았다'는 견인 차량 운전자 말을 듣고 쌍방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사고 당사자인 견인 차량 운전자는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범퍼가 눈에 보일 정도로 우그러졌고, 라이트(전조등)에 금이 갔다"면서 "가해 운전자는 차창을 두드려도 멈추지 않고 3km 가량을 달아났다. 경적을 마구 눌렀더니 그제야 차량을 세웠다"고 말했다.
‘동승자 여부’는 또 다른 쟁점이다. 프리랜서 기자 김모(49)씨는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피해자들은 (손 사장 차량) 조수석에 젊은 여성이 동석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손 사장은 ‘당시 90세가 넘는 어머니가 탑승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면서 "일요일 늦은 밤 노환이 깊은 모친을 과천까지 이동시킨 이유를 손 사장은 설득력 있게 해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차장은 찾은 유튜버들은 "일요일 늦은 밤, 왜 교회 주차장에 손 사장이 갔느냐"는 데 의문을 갖고 있다. 유튜버 염순태(59)씨는 "한적한 주차장에 무엇이 있길래 세월호 3주기 되던 밤에 손 사장이 직접 차량을 몰고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차장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는 배승희(37) 변호사도 "노모(老母)를 태우고 오기에는 주차장이 너무 어둡고, 너무 외지더라. 일요일 밤에 인적이 없는 이곳에 오는 것 자체가 수상하다"고 했다.
이에 손 사장 측은 지난 25일 낸 두 번째 입장문에서 "2017년 접촉사고 당시 동승자가 있었다는 주장과 일부 보도는 명백한 허위로 이를 증명할 근거도 수사기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