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많은 삶은 힘겹다. 하지만 고난은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스스로 경험해 본 일이라 그만큼 공감의 폭도 넓다.

야구 코치도 마찬가지다. 현역 시절 탄탄대로만 걸은 빅스타 출신이 반드시 지도자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상과 긴 슬럼프 등을 각고의 노력으로 극복해 가며 '인간 승리' 드라마를 찍었던 선수들이 지도자로 대성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제공=이재우의 베이스볼리즘

전 한화 이글스 코치 이재우(39)는 현역 시절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선수였다. 학창 시절부터 사연이 많았다. 휘문고 시절 몸이 작아 변변한 출전 기회 조차 없었다. 뒤늦게 키가 크면서 가까스로 OB의 후순위 지명을 받았다. 탐라대(현 제주국제대)를 진학했지만 1999년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으로 대학을 중퇴했고, 두산은 지명권을 포기했다. 결국 이재우는 배팅볼 투수로 두산에 취직했고, 2001년에야 정식 선수가 됐다. 가진 건 '열정' 하나 뿐이었다. 그는 불투명한 내일을 오늘의 노력으로 개척했다. 던지고 또 던졌다. 점점 빨라진 공이 제구가 되기 시작했다. 변화구 각도도 날카로워 졌다. 그렇게 그는 한걸음씩 성장해 '최다 홀드왕'에 오르며 두산 불펜의 수호신으로 자리잡았다. 맹활약을 바탕으로 2009년 WBC 대표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또 한번 고난이 찾아왔다. 100이닝 가까운 등판으로 혹사한 팔꿈치가 탈을 일으켰다. 수술로 시즌 아웃된 2010년부터 3년간 암흑 같은 시기가 찾아왔다. 2013년에 본격 복귀했지만 이후 통증은 이재우 야구인생의 일부가 됐다. 통증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생겼다. 그렇게 그는 한화로 유니폼을 바꿔 입으며 4년을 더 던졌다.

제공=이재우의 베이스볼리즘

지난 2017년 한화에서 육성군 코치를 제안받았다. 1년 반의 프로 지도자 생활이 시작됐다. 몸에 맞는 옷이었다. "저는 다양한 상황의 선수 지도에 대한 노하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플 때 어떻게 훈련을 해야하는 건지, 육성군도 2군도 다 제 경험 속에 있거든요. 힘들어 할 때 선수들의 그 마음을 아니까..."

제공=이재우의 베이스볼리즘

그는 선수의 개성에 맞는 육성을 강조했다.

"한가지만 시키는 지도자도 있어요. 선수마다 팔다리 손가락 다 다르기 때문에 장점을 살려서 지도를 해야합니다."

이재우 코치가 맡은 선수들은 모두 좋은 결과를 얻었다. 재활하던 선수들이 낙오자 없이 2군으로 복귀했다. 2군을 거쳐 바로 1군으로 콜업된 선수들도 있었다.

2017년에 1군 무대에 데뷔한 한화 투수 이충호는 "이재우 코치님께 배운 슬라이더 덕분에 여기(1군)에 있는 것 같다"며 "항상 이재우 코치님을 볼 때마다 감사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선발 데뷔를 한 한화 김진영은 "2군에서도 육성군에 잠깐 내려간 시기가 있다. 이때 이재우 코치님께서 작년 내 좋은 모습을 기억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화에서의 지도자 생활은 그의 삶에 큰 터닝 포인트가 됐다. 자신의 노하우를 어린 꿈나무들에게 전파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 보람된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지난 2일 집 근처인 하남에 베이스볼리즘을 오픈하고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게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태껏 제 스스로 개척하며 살아왔는데 뭔들 못하겠느냐는 마음이었죠."

이재우에게 레슨은 단순한 밥벌이가 아니다. 뭐 하나라도 더 전달하기 위해서 그는 끊임없이 소통한다. 진짜 즐거워서 동분서주 하는 그에게 진정성이 느껴진다.

"야구의 진지함을 퍼뜨리고 싶어 베이스볼리즘이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제가 알고 있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누고 싶습니다."

한달도 채 안됐는데 벌써 수강생이 50명이 넘었다. 사회인야구팀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온다. 이재우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레슨장을 떠나지 않는다. 프로선수 이름만 걸어두는 그런 장소는 적성에 맞지 않는다.

"제가 직접 다 합니다.(웃음) 기본기부터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가르치다 보면 뿌듯해요.재밌고 즐겁고 행복합니다."

이재우의 티칭 철학은 분명하다. 기본기를 잘 갖추면 언젠가 빛을 본다는 생각이다. "기본기만 잘돼 있으면 힘만 붙으면 금세 올라갑니다. 코치 하나에 선수가 30~40명씩 있는 상황에서 기본을 배우기는 힘들어요. 혼자서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하는게 제 임무죠."

최근에는 절친 LG 박용택이 베이스볼리즘을 찾았다. 아이들에게 특강과 즉석 사인회도 열었다. "완전 인기였죠. 전훈 가기 직전에 바쁠 텐데 고마울 따름이죠. 부모님과 아이들이 너무 행복해 했어요. 용택이가 '자기처럼 선수가 되려면 10년 동안 야구만 열정적으로 해야 할 수 있다'고 한 말을 아이들이 꼭 실천하겠다고 눈을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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