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 세 번 틀어줬더니 우리 고양이가 잠들었어요. 이게 말이 되나요?"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는 직장인 김재영(33)씨는 고양이를 재울 때 스마트폰 음악 앱을 켠다. 지난 11일 에픽하이가 발매한 새 앨범 'sleepless in___'의 마지막 곡 'lullaby for a cat(고양이를 위한 자장가)'을 틀어주기 위해서다. 이 노래를 틀면 서로 날을 세우던 고양이들이 금세 조용해지고 스마트폰 앞으로 모여든단다. 노래를 세 번쯤 반복하면 눈을 끔뻑끔뻑하며 하품을 하다 스르르 잠이 든다. 황씨는 "두 마리가 으르렁거릴 때마다 떼놓느라 골치가 아팠는데 이 노래를 틀어주면 곧바로 해결된다"고 했다.

에픽하이의 ‘lullaby for a cat’를 들은 고양이가 잠든 모습.

세상 고양이들이 3인조 힙합 그룹 에픽하이의 노래를 듣고 잠드는 기현상이 화제다. 소셜미디어에 '고양이 자장가'를 들은 고양이들이 졸거나 잠드는 사진과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인스타그램엔 이미 3000개가 넘는 고양이 수면 인증 동영상이 올라왔다. 세 살짜리 고양이 페퍼와 진저를 키우는 직장인 황주영(31)씨도 "이 노래를 틀자마자 두 마리 모두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이불에 엎드리더라"며 "모두 내 옆에 와서 '식빵 자세'로 누워 있는 건 기적"이라고 했다.

'고양이 자장가'는 잔잔한 멜로디에 타블로의 읊조리는 랩이 얹혀진 곡이다. 이번 앨범 콘셉트인 '불면증'의 마지막 곡으로 한밤중의 고요한 정서를 표현하듯 조용하고 느리다. 비 내리는 느낌의 음향이 중간 중간 삽입돼 에픽하이만의 감성이 잘 녹아 있다는 평가다.

고양이를 재우기 위해 만든 곡은 아니다. 작곡자인 타블로는 지난 17일 인스타그램에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이해 못 하는 원곡자를 보고 계십니다, 누가 설명 좀 해 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노래를 들은 고양이가 꾸벅꾸벅 졸다가 엎드려 잠드는 영상을 올렸다.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타블로는 "내가 못 자니까 고양이라도 잔다는 상상을 하며 만든 곡"이라고 했다.

그레이스 동물의료센터의 나응식 원장은 "고양이가 안정적으로 느끼는 주파수는 일반적으로 25~200㎐(헤르츠)로 그르릉 거리는 소리와 비슷한 음역대"라며 "클래식에서 이런 주파수가 나오는데 이 노래에도 그런 음이 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