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외치던 청와대 대변인은 10억원 대출받아 재개발 딱지를 사도 될까. 소득 주도 성장은 왜 아직 효과가 없고, 최저임금이 올랐는데도 살림살이는 팍팍하기만 할까. '일자리 만들기'로 시작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역사관을 비판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저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일부는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며 질주하고 있다.

최근 보수·우파 성향의 책들을 찾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코너에 전시된 정치·사회 분야 도서들.

22일 교보문고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코너엔 '왜 결정은 국가가 하는데 가난은 나의 몫인가' '좌파적 사고 왜, 열광하는가?' '자유 우파 필승 대전략' 등 보수·우파적 색채를 숨기지 않는 책들이 베스트 10위권에 대거 올라 있었다. 이 책들에는 국가 주도형 경제 운용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다.

지난달 출간해 3쇄를 찍으며 베스트 4위에 오른 '왜 결정은 국가가 하는데 가난은 나의 몫인가'(로렌스 W. 리드 편저)는 '너, 베네수엘라에서 살고 싶니?' '친절은 시장에서 나와요' 같은 제목의 짧은 분석 글 26편을 모았다. 흔히 '정의로운 것'으로만 이야기되는 좌파 정책의 이면(裏面)을 보여준다. 최저임금에 대해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최저임금은 노사 단체교섭으로 결정하고, 산업군·직무별로 다양하다. 중앙 정부가 전국의 모든 직업에 한 가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소개하는 식이다. '현대 사회주의의 다섯 가지 얼굴'이란 제목으로 ①입법 만능주의 ②'눈먼 나랏돈' 환상 ③책임 전가병 ④'다 아는 척'병 ⑤질투 강박증으로 특징을 소개한 대목에 '옳다'며 무릎을 치는 독자가 많다는 방증이다.

'좌파적 사고 왜, 열광하는가?'를 쓴 공병호 박사는 "정부의 강한 개입을 선호하고, 정부가 신속한 결과를 내놔야 하며, 내놓을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을 '좌파 성향'으로 정의한다. 공 박사는 본지 통화에서 "이대로 가면, 세월이 지나 한국은 '한때 잘살았던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며 "편한 것만 추구하는 본능에 호소하는 좌파의 선동에서 벗어나려면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보수의 재구성'(박형준·권기돈)은 철학과 가치 측면에서 접근한 저서다. 책은 현 집권 세력의 '역사 정치'에 대해 "좌파에겐 민주화를 위한 투쟁만 대한민국 역사의 전부이고 그 나머지는 잘못된 역사다. 그들의 '진짜 역사'만 존재하고 나머지는 거짓 역사로 본다"고 갈파한다. 베스트 셀러 1위를 달리는 '자유 우파 필승 대전략'(고성국·이종근)은 정치공학 측면에서 '고정관념 타파'를 모토로 내걸었다.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해체하는 것이 목표. 예컨대 '10년 정권 교체 주기설'에 대해 "좌파가 놓은 덫이다. 아무리 못해도 10년은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한다. 현 정부의 친일 청산 구호를 비판하며 "만약 박정희가 다카키 마사오로 창씨개명한 것이 친일 행적의 증거라면 당시 조선인의 99.9%가 친일한 셈"이라고 주장한다.

(왼쪽부터)박형준, 고성국, 공병호

22일 낮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만난 한 20대 남성은 "요즘은 진보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정의'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든다"고 했다. 출판 평론가인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단순한 좌우 대립으로만 보기보다 우리 국민의 관심과 현재에 대한 불만이 어디로 쏠리는지 읽어야 한다"며 "정치적 비전과 사회 현상 분석, 미국 사회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