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엔 임시정부 관련 유적이 여러 곳 있다. 임정이 탄생한 상하이와 마지막 청사가 있던 충칭 못지않다. 임시정부는 1932년 5월부터 1935년 11월까지 항저우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했다. 항저우 임정 유적은 시내 가까이 모여 있어 걸어서 30분 이내에 모두 돌아볼 수 있다.

항저우 지하철 1호선 룽샹차오(龍翔橋)역 인근에 있는 호텔 '한청(漢庭)주점'은 옛 '청태 제2여관' 건물이다. 1932년 5월 김구가 자싱으로 피신했을 때 임정 군무장 김철은 항저우로 피신해 이곳 32호 객실에 임시정부 사무실을 마련하고 국무회의를 열었다. 2층 객실이 중정을 에워싼 아담한 여관이다.

1933년에는 서호(西湖) 인근 호변촌 23호로 임시정부 청사를 이전했다. 2층 건물에 임정 국무위원 사진 등을 전시하고 집무실·침실 등을 재현했다. 2017년 저장(浙江)성 문화재로 지정됐다.

임시정부는 1934년 11월 오복리(五福里) 2가 2호로 이전했다. 오복리 청사는 옛 '청태 제2여관'에서 왼쪽으로 골목 하나를 돌면 나온다. '한국독립운동 구지(舊址·옛터)'라는 표석이 서 있다. 지금은 개인 집이다. 바로 앞에 서점을 겸한 커피숍이 있다. 인근 사흠방(四鑫坊)은 골동품·예술작품·옷·신발 등을 파는 작은 가게가 이어진 거리. 이곳에 조소앙·홍진 등이 이끈 한국독립당 본부가 있었다.

임정 관련 유적은 대부분 1920년대 건물이다. 항저우시가 역사 건축으로 지정했다. 청태 제2여관→오복리 청사→사흠방→호변촌 청사 순이나 그 역순으로 돌아보는 동선(動線)이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