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35살의 장루이민(張瑞敏)은 당시 망해가던 한 전자제품 제조공장의 공장장으로 파견됐다. 부임과 동시에 13개에 달하는 규칙을 만들며 제조 환경을 뒤바꾼 그는 곧이어 이 공장이 지금까지 제작하던 세탁기를 버리고 냉장고에 전념하기로 결정한다. 그의 이런 결정과 함께 공장의 이름도 '칭다오 일용전기공장'에서 '칭다오냉장고공장'으로 바뀌었다. 이 회사는 그 후 여려 차례 개명을 걸친 뒤 '하이얼(Haier)'로 최종 사명이 결정된다. 글로벌 가전기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하이얼의 창업기다.
지난 3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글로벌 가전제품 행사 AWE2019에서 하이얼은 세계 최초의 스마트 세탁실을 공개했다. 하이얼은 스마트 세탁기, 건조대, 정리기를 모두 한 번에 연결시키는 'IoC(Internet of Clothing·의류관리인터넷)'분야를 개발하고 있다. 세탁기는 의류 원단, 수질, 세제 형태를 분석해서 세탁 모드를 결정하고, 스마트 세탁대에 설치된 스마트 세탁물정리기는 의류가 제대로 건조됐는지를 감지하고 자동 정기(개기) 기능을 시작할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알람을 보낸다. 이 일련의 과정은 언제든지 스마트폰 앱(응용 프로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약 35년 전에 쓰러져가던 공장이 지금은 각종 첨단기술을 가전제품에 적용시킨 세계 최대의 가전 생산업체로 일어선 것이다.
칭다오에 있는 하이얼의 세탁기공장은 '인터넷 공장'으로 유명하다. AI(인공지능)·IoT(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이 적용된 공장이기 때문이다. 이 공장은 현재 전세계에서 생산 규모가 가장 큰 세탁기 제조 스마트공장으로, 철근 등 원료가 세탁기로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시간은 단 38분에 불과하다. 칭다오시 관계자는 "하이얼은 칭다오가 배출한 걸출한 글로벌 기업"이라며 "칭다오에 있는 스마트 공장 역시 혁신 사례로 전세계 20여개 나라에 수출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