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이 일본을 국빈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7일 면담하며 처음으로 국제 외교무대에 데뷔했다.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는 이날 오전 9시 20분쯤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고쿄(왕궁) 내 궁전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나루히토 일왕 부부는 웃음 띈 얼굴로 악수를 하고 "만나서 반갑다" 등 통역 없이 영어로 인사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루히토 일왕과 악수하며 다른 한쪽 손을 나루히토 일왕의 팔 부분에 대며 인사했다. 면담에 앞서 열린 환영행사를 마치고선 트럼프 대통령이 나루히토 일왕의 등에 손을 대며 대화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키히토 당시 일왕(현재는 상왕)과 만나 악수를 하고 팔을 토닥였다.
이날 15분간 이뤄진 면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루히토 일왕에게 "즉위 후 국빈으로 초대를 받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문을 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나루히토 일왕은 "즉위 후 첫 국빈으로 맞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나루히토 일왕이 이어 왕실과 미국의 교류가 오래돼 아키히토 상왕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이 과거 전쟁 등 다양한 역사를 딛고 지금의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답했다.
나루히토 일왕이 또 "어제(26일) 스모를 보셨는데 어땠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강하고 멋졌다"며 "대통령 배(杯)를 우승 선수에게 줄 수 있어 매우 좋았다"고 했다. 그동안 마사코 왕비와 트럼프 대통령의 아내 멜라니아 여사는 자녀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가 모두 끝난 뒤에는 서로 선물을 주고받았다. 나루히토 일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늘과 바다 문양이 새겨진 장식용 도자기를, 멜라니아 여사에게는 금세공이 들어간 장식용 상자를 선물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나루히토 일왕에게 1938년 제작된 비올라를 선물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비올라 연주가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물은 본 마사코 왕비는 나루히토 일왕에게 "오늘 밤 연주하면 (어떻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마사코 왕비에게 그가 졸업한 하버드대 구내에서 자란 나무로 만든 만년필 등 필기구 세트를 선물했다.
나루히토 일왕 부부와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서로의 사진도 교환했다. 일본 왕실에는 국빈에게 서명이 담긴 일왕 부부의 사진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나루히토 일왕이 주최하는 궁중만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만찬에는 정·재계나 문화계 인물 등 약 170명이 초대됐다. 만찬에 앞서 나루히토 일왕이 인사말을 한 뒤 트럼프 대통령도 답사를 한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호텔을 출발해 고쿄로 향할 때부터 고쿄를 떠날 때까지의 모습을 생중계로 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NHK는 새 일왕 부부가 즉위 후 외국 정상과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며 "레이와(令和·새 일왕의 연호) 시대 국제 친선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