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입실렌티’가 연세대 ‘아카라카’보다 돈은 더 쓰고 초청 연예인 라인업은 더 부실했던 이유를 설명하라."

지난 5일 오후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는 대학축제 격인 응원제 ‘입실렌티’의 초청 가수 행사비를 둘러싸고 제기된 응원단의 횡령·배임 의혹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연세대 축제 ‘아카라카’(1억7000여만원)가 ‘입실렌티’(2억7500여만원)의 절반에 가까운 예산으로 훨씬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들을 초청해 주목을 끌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일부 학생이 "응원단이 돈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우당교양관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응원단 관련 의혹 해소를 위한 공청회’.

지난달 17일 열린 연세대 축제 아카라카에는 그룹 트와이스를 시작으로 빈지노, 지코, 레드벨벳, 아이유가 무대에 올랐다. 이 때문에 올해 아카라카 초청 가수 라인업은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아이유의 깜짝 생일 파티가 열려 아이유가 감사 인사를 하는 모습이 전해지면서 더 화제가 됐다. 아카라카를 준비한 연세대 응원단은 축제 전체 예산으로 1억 7000여만원을 썼다고 공개했다.

일주일쯤 뒤인 25일 열린 고려대 축제 입실렌티에는 김연우, 청하, 러블리즈, 세븐틴, 10cm, 데이브레이크 등의 연예인이 초청됐다. 축제를 주관한 고려대 응원단은 축제 전체 예산으로 2억7500여만원을 썼다고 공개했다. 그러자 고려대생 사이에선 "상대적으로 이름값이 더 나가는 가수들이 연대에 더 많이 출연했음에도, 고대가 돈을 더 쓴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초청된 연예인에 대한 객관적 등급이 매겨진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해마다 대학 축제를 치르면 행사 주체의 ‘연예인 섭외력’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 행사비, 장르·인지도·행사주체·섭외시기에 따라 각양각색
국내 대학들은 축제 클라이막스로 대부분 유명 가수들의 공연을 택한다. 어떤 가수가 섭외됐느냐는 축제의 성패(成敗)와도 직결된다. 가수 섭외는 총학생회나 응원단이 도맡는다. 이 과정에서 행사비를 둘러싼 잡음 또한 끊이지 않는다. 대학축제 연예인 초청 비용은 대체로 얼마이고, 어떻게 정해질까.

지난 5월 25일 고려대학교 응원제 ‘입실렌티’에 섭외된 걸그룹 러블리즈가 공연을 하는 모습.

7일 복수의 행사대행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모든 행사비의 기본 척도는 ‘인지도’다. 대형 기획사 소속 인기 걸그룹은 5000만원 선, 중견기획사 걸그룹은 3000만원 선이다. 팬덤 규모가 비교적 큰 보이그룹은 걸그룹보다 더 받는다. 중견기획사의 보이그룹이라도 행사비가 5000만원이 넘는다. 음원 성적이 뛰어난 솔로 가수의 출연료는 3000만~4000만원 정도다.

다만, 대학축제는 기업·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등 다른 행사보다 행사비가 30% 정도 할인된다. 등록금이나 학생회비로 행사비를 마련하는 만큼 예산 규모가 작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대학축제 섭외 순위’가 곧 ‘행사 섭외 순위’로 이어져 연예인들이 낮은 행사비를 감수하고 출연하는 면도 있다.

대학축제 행사비에는 몇 가지 변수가 더 작용한다. 촉박한 일정으로 섭외할수록 가격은 올라간다. 같은 항공권이라도 일정과 구매 시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연예인 개인의 성향이 반영되는 경우도 있다. 한 행사대행업체 관계자는 "행사비를 가장 많이 받을 때 1억원까지 받는 솔로 여가수 A씨의 경우, 본인이 대학축제 분위기를 워낙 좋아해 절반 이하의 가격에도 대학 축제에 자주 참여한다"며 "힙합가수 우원재, 로꼬, 그레이도 모교인 홍익대 축제에 출연하면서 행사비 전액을 학교에 장학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고 했다.

◇고대 응원단 측 "섭외 지연이 원인"...팀별 행사비 공개는 거부
5일 공청회에서 고대 응원단장 이모씨와 행사대행업체 대표 장모씨는 영수증·견적서 등을 공개하며 "전체 예산 2억 7500여만원 중 연예인 섭외 비용은 1억1110만원이었다"고 밝혔다. 연예인 섭외에 들어간 비용이 연대보다 더 적었다는 취지다. 다만, 한 팀당 각각 얼마를 지출했는지에 대해선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연대 측은 "올해 연예인 섭외비로는 약 1억2000만원을 지출했다"고 했다.

지난 5일 고려대학교 응원단이 공개한 2019년 고대 응원제 ‘입실렌티’ 결산안.

고대 응원단 측은 "기획한 콘셉트에 따라 연예인을 섭외했는데 학생들이 바라는 연예인 라인업과는 달랐던 것 같다"며 "행사 직전까지 섭외가 지연된 점도 연예인 행사비가 올라가는 것에 일조했다"고 했다. 높은 행사비에 비해 연예인 라인업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운영상의 실수’이지 ‘횡령’은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한 것이다.

응원단이 공개한 견적서에는 당초 ‘게스트 섭외비’가 9300만원이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게스트 섭외비로 지출된 1억 1100만원보다 1800만원이 낮은 금액이다. 이에 대해 응원단은 "섭외를 하는 과정에서 실제 비용이 늘어난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 학생은 "다른 업체에 물어보니 이번 응원제 라인업은 7000만원 정도면 섭외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장 대표는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 이 라인업은 1억 1000만원 짜리가 맞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작년에는 8800만원으로 싸이, 블랙핑크, 하이라이트, 자이언티, 모모랜드, 효린 등 인기 연예인을 섭외했다. 우리는 섭외력이 있는 회사"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학생들은 해명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공청회에 참석한 19학번 조모(18)씨는 "축제 때 연예인 행사비는 결국 학생들이 낸 티켓값 같은 공금인데도 응원단이 함구하는 것은 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학축제에 대한 횡령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총학생회 등 축제 주최단체가 사용한 구체적인 예산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기호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부적인 축제 예산 내역이 공개되면 투명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학생들이 어리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악용하는 업체들도 있어, 이에 대한 감시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