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 월가(街)의 탐욕적인 단면을 꼬집는 할리우드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The Wolf of Wall Street)’ 제작자가 ‘말레이시아 총리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돼 체포됐다가 풀려났다고 4일(현지 시각)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스캔들은 나집 라작 전(前) 총리와 그 측근들이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십억 달러의 나랏돈을 유용,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이날 말레이시아의 반부패청은 나집 전 총리의 의붓아들 리자 아지즈를 체포했다가 당일 보석으로 풀어줬다. 그는 5일 4건의 자금 세탁 혐의로 쿠알라룸푸르 재판정에 설 예정이다.

할리우드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제작자 리자 아지즈(왼쪽)와 주연배우를 맡았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오른쪽)가 2014년 영국 아카데미 영화제(BAFTA)에 참석해 함께 찍은 사진.

리자는 2010년 미국에 ‘레드 그라나이트’라는 영화 제작사를 설립하고 2013년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제작했다. 이외에도 레드 그라나이트는 7편의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그는 1MDB 스캔들 ‘몸통’인 라우 텍 조(劉特佐·조 로우)와 레드 그라나이트 공동 창립자 관계다. 라우 텍 조는 우리나라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전 대표로부터 2014년 성접대를 받은 인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억만장자다.

리자는 현재 자신의 아버지가 공적자금을 이용해 비자금 조성에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1MDB 자금을 미 영화제작사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 세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과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은 이전부터 1MDB 스캔들에서 리자의 역할을 추적해왔다. 실제 지난 5월 미국은 나집 총리가 1MDB를 이용해 빼돌린 자금 2억달러(약 2300억원)를 반환했는데 그중에는 리자의 레드 그라나이트가 지불한 6000만달러(약 700억원)도 포함됐다.

현재 리자는 1MDB 스캔들 관련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대 부패 스캔들인 1MDB 스캔들은 말레이시아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에 취임한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나집 전 총리가 세운 1MDB 비자금 의혹 재수사를 지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지금까지 나집 전 총리가 빼돌린 돈은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에 이른다. 자금세탁처로 이용된 미국·스위스·싱가포르 등은 1MDB에서 최대 60억달러(약 7조220억원)가 횡령됐다고 보고 국제 공조수사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