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겉옷을 입어라."
요즘 중국 지방정부와 관영 매체들이 한여름에 티셔츠를 가슴까지 걷어올리거나 아예 윗옷을 벗고 다니는 남성들을 향해 자주 쓰는 표현이다. 이런 차림의 남성을 ‘방예(膀爷)’라고 하는데, 날이 더워지면 낮이고 밤이고 방예들이 나타난다. 이들은 상의를 올린 채 배를 내밀고 걷거나, 그늘에 모여 앉아 있거나, 벤치나 바닥에 드러누워 있기도 한다. 마트 등 실내에서나 대중교통 안에서도 이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하도 많다 보니 외국인들이 방예의 이런 ‘스타일’에 ‘베이징 비키니(Beijing bikini)’란 이름을 붙였다. 배가 드러나는 여성 비키니 수영복에 빗댄 것이다. 베이징 비키니라고 해서 베이징에서만 보이는 현상은 아니다. 중국 전역이 방예의 활동 무대다.
중국 남성들의 독특한 ‘패션 감각’을 신기하게 여긴 베이징 주재 외국인들은 2015년 ‘방예 사진 콘테스트’를 열기도 했다. 당시 주최측은 가장 눈에 띄는 사진들을 골라 전시회도 열었다.
최근 베이징 비키니를 금지하는 지방정부들이 늘면서 방예가 중국 안팎에서 다시 큰 화제가 됐다. 중국 동부 산둥성의 성도 지난(濟南), 베이징 인근 도시 톈진(天津) 등이 올해 본격 단속에 들어갔다.
지난시는 이달 2일 공공장소에서 금지되는 비문명적 행동을 발표했다. 바닥에 침뱉기나 차에서 쓰레기 던지기, 개 산책시키기 등과 함께 베이징 비키니를 도시 이미지를 해치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규정했다. 지난시는 구두경고를 받은 후에도 행동을 고치지 않을 때는 이름과 사진을 공개해 망신을 주는 방식을 택했다.
톈진시는 5월부터 공공장소에서 상의를 벗는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경고 후에도 옷을 입지 않으면 50위안~200위안(약 8600원~3만40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과거에도 베이징 비키니 차림을 줄이려는 일부 도시의 시도가 있었다. 베이징과 허베이성 한단(邯鄲) 등 일부 도시는 웃통을 벗고 다니거나 셔츠 단추를 모두 풀어헤치고 다니는 남성들에게 ‘문명’이란 글자가 적힌 티셔츠를 나눠주기도 했다. 문명사회 만들기에 동참하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캠페인은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배를 내놓으면 뜨거워진 몸속 열기를 낮출 수 있다는 전통적 인식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배앓이를 할 때 배를 덮어 따뜻하게 한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인터넷에선 단속을 찬성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이 극명히 갈린다.
단속에 반발하는 쪽에선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여름볕에 에어컨을 쓸 수 없는 사람들이 옷을 한 겹이라도 더 벗는 것은 자연스런 행위라고 주장한다. 단속에 동의하는 쪽에선 ‘보기에 불쾌하다’ ‘남성 중심적 악습이다’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