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에서 호날두(가운데)가 벤치를 지키고 있다.

K리그와 친선경기 당시 선수단 지각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의 결장으로 물의를 빚은 이탈리아 프로축구 유벤투스가 자신들의 승부조작으로 인해 박탈된 우승 트로피를 돌려달라며 이탈리아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축구 전문 매체 ‘칼초 메르카토’는 "유벤투스가 이탈리아 축구협회(FIGC)에 등록된 인터밀란의 우승 타이틀을 빼앗기 위해 새로운 소송을 연방 법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유벤투스는 이탈리아 세리에A 최다 우승(35회)을 기록한 팀이다. 하지만 이 숫자에는 맹점이 있다. 지난 2006년 세리에A에서 심판 매수를 통한 승부조작을 시도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루치아노 모지 당시 단장이 축구계는 물론, 언론계 주요 관계자들을 매수해 심판의 배정과 판정에 관여한 혐의가 드러났다.

당시 모지 단장이 세리에A 심판 배정에 관여한 정황이 담긴 전화통화 내역이 공개되며 이탈리아 축구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른바 ‘칼치오 폴리’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승부조작 스캔들의 핵심에 유벤투스가 있었다.

이 사건으로 유벤투스는 FIGC로부터 2004~2005시즌과 2005~2006시즌의 우승 자격을 박탈 당하고 세리에B(2부리그)로 강등 당하는 중징계를 부과 받았다. 2004~2005시즌 우승은 공석으로 두고, 2005~2006시즌 우승은 2위를 기록한 인터밀란이 승계했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반성의 기미가 없었다. 유벤투스는 지난달 이탈리아 법원에 "승부조작에 관여한 건 맞지만, 우승을 박탈당한 건 억울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연방 법원은 "재고의 가치가 없다"며 즉시 기각했다.

이에 유벤투스는 항소가 아닌 인터밀란의 우승컵 박탈이라는 새로운 소장을 제출하며 문제 제기에 나섰다. "우승 트로피를 돌려달라"는 직접적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따른 후속조치다. 오는 6일 이에 대한 법정 다툼이 시작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한편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잊고 적반하장의 행보를 보이는 건 지난달 26일 팀 K리그와 친선경기 직후 보이는 행태와도 상당 부분 닮아 있다. 당시 유벤투스는 숙소 호텔에서 늑장을 부리다 생중계가 잡혀 있는 킥오프 시간까지 경기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또 최소 45분 이상 의무로 뛰어야 하는 간판선수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아 물의를 빚었다. 호날두는 앞서 사인회에도 사전 통보 없이 불참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프로축구연맹이 항의하자 유벤투스는 지난 1일 공문을 통해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경기 시간이 지연된 건 경기 일정을 무리하게 잡은 프로축구연맹과 주최사 더페스타의 미숙한 진행 때문이며, 호날두가 결장한 건 부상 우려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다"며 프로연맹에 대해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유벤투스의 적반하장 행보는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K리그는 호날두가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친선경기에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를 원하고 있지만 유벤투스가 거부하고 있다"면서 "유벤투스의 행보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며 큰 실망감을 자아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