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오페라ㅣ투란도트

2007년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한 사내가 섰다. 휴대폰 외판원인 그의 이름은 폴 포츠. 작고 볼품없는 외모에 어눌한 말투로, 관객들은 물론이고 심사위원들조차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무대는 이내 기립박수로 뒤덮였다. 그 노래가 바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칼라프 왕자가 부르는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였다.

오는 1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가족오페라 '투란도트'는 예술의전당이 오페라 초심자와 초등·청소년 관객에게 건네는 여름 선물이다. 무대가 1000석 규모의 아담한 CJ토월극장이어서 웅장한 세트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서 펼쳐지고, 성악가들 절창과 오케스트라 반주도 귓가에서 울린다. 푸치니의 미완성 유작인 '투란도트'는 중국 공주 투란도트가 이국의 왕자 칼라프에게 목숨을 담보로 알쏭달쏭한 수수께끼를 내면서 신비스러우면서도 오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야기. 1926년 4월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할 당시 지휘를 맡았던 토스카니니는 3막에서 칼라프의 시녀 류가 죽음을 맞이한 뒤 "푸치니가 작곡한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 하면서 연주를 멈춘다. 그럼에도 공연은 대성공. 그 후 100년 가까이 '투란도트'는 세계 수많은 오페라극장에서 상연되며 최고의 흥행작으로 사랑받았다.

소프라노 이윤정과 이다미가 아름답지만 차가운 투란도트로 나서고, 테너 이정환과 한윤석은 칼라프를 맡아 난곡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른다. 류 역에는 소프라노 김신혜와 신은혜가 출연한다. 지휘자 최희준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무대 연출은 표현진이 책임진다.

전시ㅣ노은님 개인전

독일 함부르크 항구 근처 시립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시절 화가 노은님(73)은 작은 배가 큰 배를 정박시키기 위해 밧줄로 끌어오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큰 배를 움직이는 힘이 어떻게 작은 배에서 나오는가…. 평생 화두가 된 자연의 힘과 작용에 대한 질문이 시작된 것이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에서 그 원시적 상상력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번의 붓질로 그린 ‘뛰는 동물’(1984)부터 나뭇가지 혹은 사슴뿔로도 보이는 ‘나무가 된 사슴’(2019) 등 단순하고 거친 생명성이 가득하다. 11월에는 독일 미헬슈타트 시립미술관에 그의 작품을 영구 전시하는 공간이 마련된다.

연극ㅣ미저리

“사랑해요, 폴.” 언뜻 달콤한 사랑 고백 같은 이 말이 이렇게도 소름 끼칠 수 있을까. 서울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미저리’(연출 황인뢰)는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소설 ‘미저리’로 명성을 얻은 작가 ‘폴’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 그의 오랜 팬인 여인 ‘애니’가 그를 구해 집으로 데려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순진무구한 팬인 줄만 알았던 애니가 점차 소설 내용에 대해 광기 어린 집착을 드러내면서, 살아서 애니의 집을 나가려는 폴의 분투가 스릴 넘치게 그려진다. 김상중·길해연, 안재욱·김성령 등 관록 있는 배우들이 폴과 애니를 맡아 살아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9월 15일까지.

넷플릭스ㅣ첫사랑은 처음이라서

청춘들의 삼각관계는 의외로 시즌제 드라마에 어울리는 모양이다. 첫 시즌에서 A와 B가 사귀고, 그다음 시즌에선 둘이 깨진 뒤 A와 C가 사귀고…. 이런 식으로 돌려 막기(?)가 가능하기 때문. 넷플릭스가 제작한 두 번째 한국 드라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의 시즌2는 이런 삼각관계 드라마의 정석을 보여준다. 첫 시즌에서 연인 관계가 되었던 송이(정채연)와 도현(진영)은 서로 오해가 쌓인 끝에 결별하게 되고 그 틈을 송이의 소꿉친구 태오(지수)가 파고든다. 인기 K팝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보여주는 알콩달콩 청춘 로맨스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통했는지 시즌2 역시 시원한 결론 대신 다음 시즌이 나올 거라는 모호한 힌트를 흘리며 끝을 맺는다.

콘서트ㅣ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국내 록 페스티벌의 자존심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돌아왔다. 14회를 맞는 올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는 ‘쉬즈 곤(She’s Gone)’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미국의 헤비메탈 밴드 ‘스틸하트(Steelheart)’, 블러·스팅 같은 세계 정상급 뮤지션들과의 협업으로 극찬을 받고 있는 일본 뮤지션 코넬리우스가 무대에 오른다. 노선택과 소울소스, 소닉스톤즈, 로큰롤 라디오, 브로콜리너마저,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등 실력 있는 국내 밴드들의 연주도 감상할 수 있다. 록 음악뿐만 아니라 K팝을 들으며 신나게 춤추고 놀 수 있는 ‘슬픔의 K팝 파티’가 열리고 가수 장범준도 출연한다. 11일까지 사흘간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