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재능'이라는 닉 키리오스(24·호주·세계30위)가 "남자 프로테니스(ATP)는 썩었다"고 말했다가 벌금은 물론 선수 자격이 정지될 위기에 몰렸다.
파문의 발단은 2주 전 열린 신시내티 마스터스였다. 당시 그는 카렌 카차노프(러시아·9위)와 맞붙은 32강전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의자를 집어던지고 침을 뱉다가 라켓을 부러뜨리고, 심판에게 욕설을 하더니, 제 멋대로 코트를 떠나버렸다. ATP는 즉각 사상 최고액 벌금인 11만3000달러(약 1억4000만원)를 부과했다.
키리오스는 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1회전을 세트스코어 3대0으로 가볍게 통과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신시내티 마스터스 때의 기행으로 인한 벌금의 영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ATP는 엄청 썩었으니까(corrupt)"라고 말했다. 이튿날 "썩었다는 표현은 철회하겠다"고 사과했지만, ATP는 발끈했다. 키리오스를 두 차례 불러 조사했고, US 오픈이 끝나면 장기 출전정지를 포함한 징계 수위를 발표하기로 했다. 키리오스는 30일 안토니 호앙(프랑스)과 2회전을 치른다.
키가 193㎝인 키리오스는 주니어 시절부터 '기술과 힘을 두루 갖춘 천재'로 주목받았다. 코치 없이 활동하면서 투어 통산 4승을 거뒀다. 하지만 경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설과 기물 파손 등 예측 불가의 행동을 일삼고, 대회 기간에 술집도 스스럼없이 다니는 등 사고뭉치로 낙인찍혔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1만 달러 안팎의 벌금을 물곤 한다. 지난 윔블던에선 나달을 공으로 때린 뒤 "그는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많이 우승했고 은행 계좌에 돈도 많을 것이다. 내가 사과할 이유는 없다"고 떠벌이기도 했다. '원조 악동' 존 매켄로(60)는 "키리오스가 재능을 낭비한 걸 나중에 후회하지 않길 바란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