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가 투자했던 자동차 부품회사 익성이 기존 사업과 관련도 없던 2차 전지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17년 5월 코링크의 실질적 대표이자 조국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였던 조범동씨에게서 조 장관 측 자금이 들어온다는 얘기를 들은 이후였다. 익성 관계자들은 "조국 민정수석 취임 이후 조범동씨와의 사업 논의가 활발해졌다"며 "조씨가 조국 수석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팔고 다녔다"고 했다. 바로 그즈음에 정부의 2차 전지 국정 과제 선정이 이뤄졌고, 그 이후 익성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도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야당은 "국민 혈세가 '조국 펀드' 사업 자금으로 들어간 것"이라며 "정권 차원 게이트에 대한 특검과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익성 관계자들은 25일 본지 기자와 만나 "조국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기 전까진 (그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와 뭘 한 게 없다"고 말했다. 조 장관이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부터 조씨와의 2차 전지 관련 사업이 실질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한 익성 관계자는 "애당초 WFM은 코스닥 상장 업체지만 실속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단순히 사업성 좋다는 조씨 말만 믿고 우리가 투자를 했겠느냐"며 "당시 조국 민정수석 측이 돈을 대는 사업이라는데 안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익성 관계자는 "조씨가 청와대와 대통령을 내세우며 뒤에 무언가 있는 것처럼 말했었다"고 했다.

조씨는 2017년 조 장관이 민정수석이 된 직후 코링크PE를 통해 2차 전지 업체 WFM을 인수하고 IFM에 투자했다. 검찰은 익성·WFM·IFM이 한 몸처럼 엮여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익성은 2017년 8월 코링크PE가 가로등 점멸기 생산 업체인 웰스씨앤티를 인수할 때 인수 대금 중 10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은 익성의 자회사인 IFM으로 재투자되기도 했다. 또 조씨가 코링크PE를 통해 2017년 10월 WFM을 인수할 때도 익성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익성이 이렇게 한 것은 조씨 등을 통해 2차 전지 사업이 현 정부 국정 과제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미리 들었기 때문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 장관 측의 실제 역할이 있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한국당 윤한홍 의원에 따르면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취임한 2017년 5월 이후 '조국 펀드' 투자처인 자동차 부품회사 익성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2014~2015년 16억7000만원에서 35억2000만원으로 100% 이상 급증했다. 윤 의원은 "이 돈은 '정부 출연금'으로 과제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정부에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라고 했다.

그런데 익성은 이 같은 국정 과제 지원 예산의 3분의 1 이상을 독식했다.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으로부터 ▲새집 증후군 가스 제거용 탄소섬유 소재(8억1000만원) ▲수퍼캐퍼시티용 활성탄(6억8000만원) ▲항공 첨단 부품(11억5000만원) ▲자동차·항공기 경량 부품(8억8000만원) 등 4개 사업에 35억2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는 전체 정부 지원금 91억5000만원의 38.5%에 이른다. 특히 새집 증후군 관련 사업의 경우 정부 지원금 15억원 중 54%인 8억1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윤 의원은 "자동차 부품사인 익성이 '새집 증후군' 등 본업과 거리가 있는 사업에 거액의 예산을 지원받는 데 조국 수석의 후광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했다. '조국 펀드' 관련 회사가 갚지 않아도 되는 지원 예산을 받아간 경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국 펀드'가 투자했던 WFM 역시 전라북도의 '지역특성화사업 육성' 사업을 통해 1860만원의 예산을 받았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예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 및 현 정부 100대 국정 과제인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산업 발굴·육성' 정책에 따라 배정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기술평가관리원(산기평)에서 사업계획서와 재무 상태 등 익성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해서 지원을 결정했다"며 "절차대로 했을 뿐 특혜는 없었다"고 했다. 지원 금액이 조국 수석 취임 이전까지 16억7000만원에서 취임 이후 35억2000만원으로 증가한 데 대해서는 "R&D 과제 특성별로 사업 규모가 달라 지원 규모도 달라진다"며 "4개 사업에 35억원을 지원하는 것도 4~7년에 걸쳐 지원되는 것이기 때문에 과제별 지원 금액이 연간 1억원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