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부정·사모펀드·증거인멸교사 등 범죄혐의만 10여가지
정씨 “아프다”, 조서열람 등 이유로 사실상 ‘수사 지연’시켜
검찰, 조사내용 검토 후 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방침 정할 듯

조국 법무장관의 아내 정경심(57)씨가 8일 검찰에 소환됐다. 지난 3일과 5일에 이어 세번째 조사다.

▲검찰이 지난 4일 '피의자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기로 한 가운데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두차례 비공개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지난 6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출입구에 취재진이 가져다 놓은 사다리와 삼각대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이날 오전 정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했다. 이날 역시 정씨는 비공개로 검찰에 출두했다. 앞서 두 차례 조사에서 정씨는 “건강이 안좋다”며 일찍 귀가하거나 조서열람을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 검찰 입장에선 충분한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정씨는 지난 3일 오전 9시쯤 검찰에 출석해 8시간여만에 귀가했다. 식사·휴식 시간 등을 제외하면 조사시간은 5시간 가량에 불가했고,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은 채 조사는 중단됐다. 지난 5일 조사 역시 15시간 가량 진행됐지만, 앞선 조서열람만 11시간 가량했고, 실제 조사받은 시간은 2시간40분 정도였다.

정씨는 조 장관 일가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검찰은 정씨가 자녀 인턴·입시 의혹과 사모펀드 관련 의혹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정씨가 얼마나 관여했는지를 캐묻고 있다. 정씨는 앞서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지난달 6일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조 장관의 딸 조모(28)씨는 2015학년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이 표창장을 내고 합격했다. 검찰은 2013년 6월쯤 표창장이 위조된 정황을 파악하고 2013~2014년 딸이 지원한 부산대 의전원과 서울대 대학원 등을 압수 수색했다. 또 딸 조씨가 한영외고 재학 중 2주간 인턴을 하고 제1저자로 등재된 병리학 논문을 둘러싼 의혹과 고려대 재학 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허위 인턴증명서를 받은 의혹도 조사 중이다.

정씨는 또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실소유주 의혹도 받고 있다. 정씨는 2016년 2월 코링크PE 설립 당시 조 장관 5촌 조카 조범동(36)씨를 통해 자본금을 댔고, 동생 정모(56)씨가 코링크PE의 지분을 확보하는데도 정씨의 돈이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씨 등이 받는 주가조작과 횡령·배임 등의 범죄 혐의에 대해 정씨도 공범으로 보고 있다. 조 장관 조카 조씨는 지난 3일 자본시장법 위반과 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지금까지 밝혀진 정씨의 가장 뚜렷한 범죄 혐의는 증거인멸교사 혐의다. 정씨는 조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자신의 자산을 관리해주던 증권회사 직원 김모(36)씨를 시켜 자신의 집과 동양대 연구실에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로부터 “정씨의 부탁으로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줬고, 정씨 집에 갔을 때 조 장관과 마주쳐 ‘아내를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과 동양대에 가는 도중 지인에게 “증거인멸 하러 가고 있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등 증거도 여럿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구속영장 청구 등 정씨의 신병처리 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한 간부는 “조 장관 가족들이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날 조사를 끝으로 정씨에 대한 신병처리 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직 장관 부인을 계속 부를 수도 없고, 이 사건 수사를 두고 논란도 뜨거운 상태여서 수사팀 입장에선 하루 빨리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