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 훼손 中유학생, 웨이보에 '극단적 선택' 예고
"유죄 판결 받으면, 현수막이 걸린 곳에서 스스로 목숨 끊어 속죄"
대학 "학생과 통화…무사한 상태"…경찰 "형사절차 안내했을 뿐"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현수막 훼손 사건으로 피소된 연세대 중국인 유학생이 소셜미디어(SNS)에 극단적 선택을 예고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연세대 등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 A씨는 지난 23일 오후 6시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계정에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현수막이 걸렸던 자리에서 목숨을 끊겠다"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연세대 내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을 훼손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A씨는 웨이보에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 설치된 ‘홍콩 독립’ 현수막 위에 ‘홍콩은 이미 1997년 중국으로 회귀했는데 광복이 무슨 말이냐’라고 썼다"며 "이후 경찰로부터 수사에 응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A씨는 이어 "사과와 화해만으로 나의 행동을 해결할 수 없다"며 "만약에 유죄 판결을 받으면, 꼭 그 현수막이 걸린 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속죄하겠다"고 했다. 또 "이 유서(웨이보 게시물)를 한국어로 번역해 연세대에 붙여달라"며 "내가 시신으로 발견된다면 연세대 장례식장에 화장해달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A씨는 경찰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훼손된 홍콩 지지 현수막 사진들과 함께 ‘현수막 잘라서 가져간 적 있죠?’라는 문자 메시지도 공개했다. 또 병원에서 처방받은 것으로 보이는 약 사진도 올렸다.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중국과 한국의 형사 절차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피고소인 A씨에게 출석 절차를 안내했다"라며 "피고소인이 원하는 출석 일자를 지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실제 해당 글을 올렸는지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연세대는 이날 A씨와 통화해 무사한 상태인 것을 확인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유학생을 관리하는 국제처에서 웨이보 게시물을 인지하고 학생과 통화했다"며 "무사한 상태이고, 학생의 건강 상태 등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학교 한국인 대학생들 모임’은 지난 12일 학내에 설치한 홍콩 지지 현수막을 훼손한 남녀 2명을 재물손괴 혐의로 서대문서에 고소했다. 훼손된 현수막에는 ‘Liberate Hong Kong(홍콩을 해방하라)’ ‘Free Hong Kong, revolution of our times(홍콩 해방, 우리 시대의 혁명)’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경찰은 이날까지 대학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훼손 사건과 관련, 중국인 유학생 5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 5개 대학에서 7건의 신고 또는 고소장을 접수했고, (중국인 유학생) 5명을 입건했다"며 "목격자 탐문이나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관련자가 있을 경우 추가 입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청장은 형사처벌 시 유학생의 국내 체류 문제에 대해서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추방 사유가 될 경우 출입국 당국에서 별도로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