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가루다상, 가루다 공원은 현지인들의 나들이 및 결혼식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래)힌두신을 모시며 신화 속 다양한 동상과 바다 전망으로 유명한 가루다 공원 전경.

묵묵히 넘긴 2019년 달력이 어느덧 마지막 한 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두툼했던 형태 대신 얇은 뼈대만 남았지만, 슬퍼하기는 이르다. 오히려 매년 12월은 무사히 일 년을 보내고 완성했다는 뿌듯함을 만끽하는 시기다. 따듯하고 평화로운 도시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조금 빨리 2020년을 만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Day 1 인천-발리

신들의 섬은 감사하게도 인간 세상과 멀지 않다. 서울에서 7시간이면 만나는 인도네시아(Indonesia) 발리(Bali)는 많은 이들의 겨울 로망이다. 초기에는 풀빌라를 앞세운 허니문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최근에는 서핑, 예술, 문화, 미식 등 다양한 테마와 함께 자유여행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발리는 인도네시아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저렴한 물가, 편리한 인프라 등의 장점 덕분에 최적의 '한 달 살기' 여행지로도 꼽힌다.

덴파사르 응우라 라이 (Denpasar Ngurah Rai) 국제공항에 내리자 동남아 특유의 습한 열기가 온몸을 감싼다. 추위 때문에 웅크리고 다녔던 서울의 겨울은 잠시 안녕이다. 가이드를 만나 공항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힐튼 누사두아 리조트에 짐을 풀었다. 늦은 밤이지만 푸른 인도양과 한적한 백사장, 파도 소리, 꼿꼿하게 솟은 야자수가 마음을 녹인다. 누구보다 신나게 발리를 즐기고 새로운 각오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굳혔다.

◇Day 2. 가루다 공원-울루와뚜 사원-사누르 해변

겨울의 발리는 건기로 낮이 길고, 최고 기온은 30도 전후로 높지만, 습도는 낮아 여행하기 편한 계절이다. 뭉게구름이 피어난 하늘과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맑고 깨끗하다.

발리 짐바란 남쪽 언덕에 위치한 가루다 공원(GWK Cultural Park)에서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했다. 가루다 공원은 원래 돌을 모아두는 채석장에 불과했지만, 점차 힌두신과 관련된 조각품과 동상으로 장식되면서 지금은 수준 높은 예술공원으로 거듭났다. 자유의 여신상보다 크다고 알려진 비쉬누 동상과 그를 태우고 다니는 가루다상까지 대부분의 조각상은 웅장하면서도 섬세하다. 공원 근처의 절벽과 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동상,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걸으며 머지않아 가루다 공원도 관광객 성지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울루와뚜 절벽 사원(Uluwatu Temple)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울루와뚜는 70m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자리한 바다 위 사원이자 11세기 유산으로 추정된다. 자연경관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발리에서도 울루와뚜 사원은 으뜸가는 비경이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험준한 절벽의 조화는 종교에 상관없이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한다. 울루와뚜 사원 입구에는 코끼리 머리를 한 '부와 지혜의 신' 가네사와 석상이 자리하고 안에는 힌두교 사당이 있다. 특히 사원 주변으로 야생 원숭이가 많은데, 현지인들은 원숭이가 악으로부터 신과 사원을 지킨다고 믿는다. 사원에서 시간을 보내자 금세 늦은 오후가 됐다. 서둘러 일몰 명소인 사누르 해변으로 달려갔다. 많은 사람이 해변에 모여 바다 위 그네를 즐기고 있었다. 어슴푸레한 하늘이 천천히 해를 삼키고, 불 같은 노을과 컴컴한 밤을 토해내는 모습은 언제 봐도 신비롭다.

바빴던 하루는 리조트에서 마무리했다. 이번 일정에 럭셔리 테마 디너가 포함된 덕분이다. 객실에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우아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와 디저트까지 마쳤다. 여행지의 밤은 언제나 즐겁고 그만큼 짧기에 늘 아쉽다.

①힐튼 누사두아 리조트는 푸른 바다와 백사장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②20m 상공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밀림 속 뜨그능안 폭포 전경. ③네덜란드와의 전쟁에서 목숨을 다한 이들을 위로하는 뿌뿌탄 광장 기념탑.

◇Day 3 리조트-꾸따-워터 붐 발리

여행 중반이 지났다. 발리를 오랫동안 그리워할 만한 확실한 추억이 필요했다. 주변 지인들을 수소문한 결과, 호평이 가장 많았던 워터 붐 발리(Water Bom Bali)로 발길을 옮겼다. 꾸따 지역에 위치한 워터 붐 발리는 손목에 입장권을 차고 출입하는 대형 테마파크다. 전체 면적의 50% 이상이 녹지로 조성돼 덥거나 힘들지 않고 오히려 남국의 휴양지처럼 쾌적하다.

실내 수영, 서핑, 세계에서 가장 긴 워터 슬라이드, 시속 70km를 자랑하는 슬라이드, 스윙을 즐기는 파이썬 등 짜릿한 어트렉션도 넘쳐난다. 특히 슬라이드 맨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초록 나무와 숲 전경은 쉬이 잊히지 않는다.

◇Day 4-5 뿌뿌딴 광장 사원-고아 가자 사원-뜨그눙안-인천

일찌감치 호텔 체크아웃을 마치고 뿌뿌딴 광장(Puputan Square)으로 갔다. '뿌뿌딴'이란 죽을 때까지라는 의미다. 이 광장은 네덜란드와의 전쟁 시 죽을 때까지 싸운 전사를 기린다는 의미로 웅장한 기념탑과 전쟁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지역과 언어를 떠나, 나라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이를 기리는 정신은 만국 공통이다.

마지막 일정을 위해 고아 가자 사원(Goa Gajah Temple)을 찾았다. 고아(Goa)는 동굴, 가자(Gajah)는 코끼리라는 뜻이다. '코끼리의 동굴'이라는 의미의 고아가자사원은 바위를 뚫어 만든 곳으로 지난 1995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동굴 내부는 살짝 좁고 후덥지근한 느낌이다. 내부에는 힌두교 신 가네샤를 모신 사원이 자리한다.

발리의 사원은 짧은 바지나 치마 차림으로는 입장이 불가능하다. 대신 존중의 의미를 담아 '사롱'이라 불리는 긴 치마를 둘러야 한다. 고아사원과 마찬가지로 우붓에서 차로 약 30분 정도 떨어진 뜨그눙안 폭포(Tegenungan Waterfall)는 '밀림 속 무릉도원'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압도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폭포 구역은 총 세 곳으로 폭포수가 20m 높이에서 시원하게 낙하한다. 기념사진을 찍고 물줄기를 손으로 만져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닷새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발리의 아름다운 풍경에서 쌓은 추억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수도 자카르타(Jakarta)
비자 30일 무비자
비행시간 직항 기준 7시간
시차 한국보다 한 시간 느림
공용어 인도네시아어
화폐 루피아(100IDR=8.33원)
전압 220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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