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신현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 현 여권(與圈) 실세가 검찰·경찰의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수사에 영향력을 끼쳤다는 주장이 4일 사건 당사자로부터 제기됐다. 이 사건은 친노(親盧) 핵심 인사인 이상호 우리들병원 원장이 2012년 산업은행으로부터 1400억원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신한은행이 '문서 위조'를 통해 이 원장을 도왔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검찰은 지난 5월 '문서 위조'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으나 야당은 "정권 실세가 개입해 수사에 영향을 미친 '금융 농단'"이라고 비판해왔다.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은 사업가이자 천주교계 주요 인사인 신혜선(63)씨가 "신한은행이 내 동의 없이 '문서 위조'를 통해 금융권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으려는 이상호 원장을 연대보증인에서 빼면서 큰 피해를 봤다"고 소송을 걸며 불거졌다.
이날 청담동 사무실에서 만난 신씨는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는데 검찰은 당사자인 나를 딱 한 번, 5분간 부르더니 결국 불기소 처분을 했다"며 "불기소 결정문을 보면 '위조가 인정된다'는 취지 표현이 가득한데 결론은 '증거 불충분'이니, 검찰 상부에서 개입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씨는 "윤규근 총경(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백원우에게 보고했다'고 하더라"고도 했다. 백 부원장이 민정비서관 근무 시절 이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윤 총경은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의 편지도 윗선이 전달을 막고 있다'고 했다"며 "윗선은 백원우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신씨는 "이상호 회장의 전 아내인 김수경 우리들 리조트 회장도 '백원우가 금융권을 잡고 있는데 내가 얘기해보겠다'고 말했었다"고 했다.
신씨는 친노·친문 핵심인 김수경 회장과 레스토랑 사업 등을 동업하며 다른 여권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대표적이다. 정 의원을 통해선 윤 총경을 소개받기도 했다. 신씨는 "나이가 제일 어린 윤 총경은 자연스레 '막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했다. 신씨는 "정 의원이 당선 전엔 '내가 정무위에 가서 청문회를 통해 (신한은행의) 갑질을 개혁하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대출 전환' 등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만 중재안이라고 들고 왔다"고 했다. 신씨는 이 과정에서 "당시 정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천경득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나를 찾아왔다"고도 했다. 이어 신씨는 "2013년 소송 시작 당시 신한은행의 변호인은 김앤장 소속 신현수 변호사였다고 김수경 회장에게 들었다"며 "신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우리들병원' 사건이 이슈화되자 출국했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이 건이 불거지면 '1400억원 특혜 대출'이 문제가 될까 봐 친노 인사들이 사건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씨의 어머니는 한국인 최초 천주교 영세를 받은 순교자 이승훈 베드로의 6대손이다. 양정철 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신씨에 대해 "대선 때 종교계 일을 도와준 분"이라고 했다. 신씨는 다음 주 기자회견을 열고 폭로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8년간 침묵했지만 이제 '양비'가 종교계까지 건드린 만큼 가만있을 순 없다"며 "내가 아는 모든 걸 밝힐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