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새 총리 후보자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지명한다고 직접 발표하면서 물러나는 이낙연 총리에 대한 평가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 총리가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린다"고 했다. 이 총리가 단순히 '전직 총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뛰도록 지원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면서 "정부 출범부터 지금까지 국정개혁의 기반을 마련하고 내각을 잘 이끌어주신 이 총리께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이 총리는)책임 총리로서의 역할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셨고, 현장 중심 행정으로 국민과의 소통에도 부족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리가 내각을 떠나는 것이 저로서는 매우 아쉽지만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망을 받고있는 만큼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면서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자리에 서든 계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주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2017년 5월 31일 현 정부 초대 총리로 취임한 이 총리는 이날로 '재임 931일'째를 맞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국무총리 중 재임기간이 가장 긴 '최장수 총리'다. 의원들을 응시하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낮은 중저음으로 짧게 답변하는 그의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을 두고 여권에서는 "야당 방어에는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문 기자 출신으로 민주당에서 대변인을 오래했던 그는 짧은 단문식 문장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문 대통령은 그런 이 총리와 주례회동을 하고 때로는 밤에 따로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는 대통령과 함께 외교 투톱'이라며 정상외교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지난 10월 22~24일 일왕 즉위식 때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회담하며 한·일 경색 국면 해소를 위한 특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정 후보자가 정식 취임하면 민주당으로 돌아와 내년 4·15 총선에서 당의 간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당에서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하고 있는 그의 '총선 역할론'을 거론하고 있다.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선거구에서 4선을 하고 전남지사를 지낸 그는 정 후보자 지역구인 서울 종로를 물려받아 출마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김경수 경남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등 여권의 대권 잠룡들이 수난을 겪는 가운데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