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주 앉아 대화하자(Spain, Sit and Talk)."

프리메라리가 '엘 클라시코(전통의 경기란 뜻으로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라이벌전)'가 열린 1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 노우(Camp Nou) 경기장 곳곳엔 이런 글을 적은 현수막이 걸렸다. 엘 클라시코는 전 세계 약 6억5000만명이 시청하는 빅 매치다. 이날은 2019~2020시즌 첫 번째 대결로 주목받았다. FC바르셀로나 홈 팬들은 경기 전부터 FC바르셀로나 응원 깃발이 아닌 카탈루냐 주기(州旗)를 들고 카탈루냐어로 "자유!"를 외쳤다.

9만8000여명이 들어찬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 노우 경기장에 카탈루냐 주기(州旗)가 물결쳤다. 바르셀로나 홈 팬들은 카탈루냐어로 "자유!"를 외쳤다. 경기장 밖에서도 시위대가 수감 중인 카탈루냐주 자치정부 지도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팬들의 외침은 카탈루냐주 자치정부 지도자들이 중형을 받은 상황에서 나온 정치적 구호였다. 스페인 대법원은 지난 10월 14일 오리올 중케라스 전 자치정부 부수반에게 징역 13년형을 선고하는 등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꾀한 정치인 9명에게 징역 9~13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7년 10월 주민투표를 한 결과 90% 이상이 찬성했다"며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선포했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는 투표가 불법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주도자들에 대해선 대중 선동죄, 반역죄 등을 적용해 기소했다. 아라곤 왕국에 뿌리를 둔 카탈루냐는 카스티야 왕국을 이어받은 스페인의 다른 지역과 달리 독자적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주의 주도(州都)다.

19일 엘 클라시코는 당초 지난 10월 26일에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분리·독립 시위가 격해지면서 안전 문제 때문에 50여 일 연기됐다. 관중 9만8000명이 들어찬 캄 노우 경기장엔 스페인 경찰 수백여 명이 배치됐다. 경찰은 만일의 폭력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바르셀로나 팬들이 자주 쓰는 리오넬 메시(32) 가면을 압수했다. 일부 팬이 스페인 정부에 대화를 촉구하는 글을 적은 축구공 수십 개를 경기장으로 던지면서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경기장 밖 분위기는 일촉즉발이었다.

시위대 1만여 명은 "수감 중인 정치인을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에게 돌을 던졌다. 경찰이 고무탄을 쏘며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12명이 다쳤다.

카탈루냐에서 FC바르셀로나는 단순한 축구팀이 아니라 민족적 자부심을 상징한다. 카탈루냐 사람들은 세계적 명문 구단인 바르셀로나를 통해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드러내곤 한다. 스페인 수도에 연고지를 둔 레알 마드리드와 맞붙는 날이면 캄 노우는 전쟁터처럼 들끓는다. 두 팀은 0대0으로 비겼다. 엘 클라시코가 무득점 무승부로 끝난 것은 2002년 11월 이후 17년 만이다. 바르셀로나가 승점 36(11승3무3패)으로 선두를 지켰다. 레알 마드리드(10승6무1패)는 바르셀로나와 승점이 같은데 골득실에서 밀린 2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