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의 문화와 국민의 심리적 특성이 다르다는 것은 우리에겐 너무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서구 중심의 심리학 연구에선 20세기 후반까지도 이런 차이에 큰 관심이 없었다. 동서양 문화 차이를 연구한 서구의 학자들은 개인의 자아실현보다 집단 내 조화·화합을 더 중시하는 일본인의 집단주의 성향을 아시아 국가의 보편적 특성으로 이해했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 심리학 연구에서 집단주의가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게 정의된 측면이 있다"면서 "아시아 국가 중 상대적으로 일본에 대한 연구가 가장 활발했던 탓에 일본인의 특징을 잘 반영한 개념으로 집단주의가 발전했다"고 말했다. 문화심리학자 한민 박사 등이 지난 2009년 한·중·일 3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기관'을 구성하는 심리적 요소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중국·일본인에 비해 자신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확인하고 확대하는 주체성이 두드러지게 높은 것으로 나온다. 반면 일본인은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는 대상성이, 중국은 자기 결정에 따라 행동하는 자율성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허태균 교수는 "강제징용 배상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갈등도 본질적으로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관점 차이 때문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은 조직(국가)에 의해 개인이 피해를 볼 수 있고, 국가 간 합의가 있다면 개인의 문제도 해결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반면, 조직보다 개개인의 일대일 관계를 더 중시하는 한국에선 강제징용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국가 사이의 합의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