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보라 기자] 손재곤 감독이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해치지 않아’로 2020년 새해 영화계에 컴백했다. 2010년 내놓았던 ‘이층의 악당’ 이후 정확히 10년 만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반가움을 불러올 전망이다.

손재곤 감독은 30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새 영화 ‘해치지 않아’(감독 손재곤,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어바웃필름디씨지플러스)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이제 세 번째 작품인데 데뷔할 때는 이렇게까지 시간이 늦어질지 몰랐다”고 말하며 부끄럽게 웃었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각색 및 연출을 맡은 손재곤 감독과 변호사 태수 역의 안재홍, 수의사 소원 역의 강소라, 서원장 역의 박영규, 사육사 건욱 역의 김성오, 사육사 해경 역의 전여빈이 참석했다. 이들은 각각 북극곰, 사자, 기린, 고릴라, 나무늘보 역을 동시에 맡아 1인 2역을 소화했다.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변호사부터 수의사, 사육사까지 나서서 동물 탈을 쓰고 실제 동물인 척 연기하는 것이다. 만화적 상상이 실사로 옮겨진 것인데 동물 모습을 띤 탈의 비주얼이 어색하거나 배우들의 연기가 어설프면, 실망하기 십상인데 ‘해치지않아’는 실제 동물 같은 비주얼을 연출한 것은 물론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단점이 될 수 있는 지점을 상쇄시켰다.

손 감독은 “이번엔 원작(웹툰)이 있어서 도움을 받았지만 보통 제가 시나리오를 쓰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2~3년이 걸린다. 중간에 무산된 경우가 많아서 이렇게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제 나이를 따져보면)죽기 전까지 2작품(?)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웃음). 중간에 또 무산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이 그래서 더 소중하다”라고 컴백 소감을 밝혔다. ‘해치지 않아’는 지난해 10월 8일 크랭크인 해 올 1월 19일 촬영을 마쳤다.

세 작품 밖에 하지 않았지만 손재곤 감독의 복귀작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층의 악당’(2010), ‘달콤 살벌한 연인’(2006)이 장르를 넘나드는 코믹 범죄 로맨스로써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손재곤 감독 표 코미디라는 브랜드가 생긴 것.

이어 그는 “제가 만든 작품이 다 코미디다. 어릴 때부터 코미디 프로그램과 만화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 건데, 코믹장르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게 제게는 더 자연스럽다”고 코믹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손 감독이 ‘해치지 않아’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웹툰을 사실적으로 실사화하는 것.

“웹툰에서 구현이 가능한 것과 실사에서 구현이 가능한 게 달라서 특수분장팀과 상의를 거쳤다. 원작을 살리는 방향으로 했지만 구현이 가능한 동물들을 선정해 최종 완성본이 나왔다. 야생 동물을 대하는 제 태도를 담고 싶었다.”

내년 초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국내외 작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해치지 않아’를 비롯해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 ‘닥터 두리틀’(감독 스티븐 개건) 등이 그렇다.

이에 손 감독은 “동물과 관련된 영화를 피하는 이유는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었는데 요즘엔 VFX 기술이 발달해서 컴퓨터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편수가 늘어날 거 같다”며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영화들은 제가아직 보지 않아서 타작품과 비교해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해치지 않아’만의 개성은 원작의 힘이다. 동물원 직원들이 동물 슈트를 입고 관람객을 맞이 하는 설정은, 언젠간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아는 선에서 이런 류의 대중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소재가 주는 신선함과 개성이 가장 큰 특징인 거 같다”고 만듦새를 자신했다.

이어 “요즘 웹툰 원작의 영화나 드라마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웹툰의 분량은 2시간짜리 영화로 담기 힘들다. 드라마 플랫폼으로 했다면 좀 더 웹툰을 살렸을 텐데 영화의 2시간으로 맞추기 위해선 스토리를 새롭게 풀었다”며 “웹툰에서 받은 인상과 재미있었던 상황, 중요한 것들은 반영했다. 다만 웹툰 속 만화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코미디와 실제 배우들이 보여주는 코미디 연기는 스타일, 리듬감이 다르다. 일치시키는 게 어렵기 때문에 수정을 했다”고 영화와 웹툰을 비교했다.

문 닫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동물 대신 동물로 위장한 수의사, 사육사, 그리고 변호사의 웃픈 사연을 담은 ‘해치지 않아’. 한국 영화상 최초로, 털 날리는 동물로 변신한 배우들의 연기 열정이 혼연일체 캐릭터를 완성했다.

기발하고 신선한 설정과 예측불허의 서사, 배우들의 역대급 동물 연기가 새로운 동물 코믹 영화의 탄생을 알린다./ watch@osen.co.kr